삼성과 LG는 전자와 IT 업계에서 오랜 라이벌이다. 하지만 프로야구에서 LG는 삼성의 라이벌이 아닌 지 오래됐다. LG가 프로야구를 창단한 1990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진 LG가 삼성을 앞섰다. 그때뿐이다. 그 후로 LG는 삼성의 적수가 못됐다.
성적뿐 만이 아니다. 구단 운영이나 선수 육성에서도 LG는 삼성을 따라가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LG가 삼성보다 우위에 있는 건 서울을 연고지로 갖고 있어 누리는 홈 관중 수밖에 없다.
LG가 옛 라이벌 삼성을 상대로 볼썽사나운 심통을 부렸다. LG가 2015년 5월31일 통산 400홈런을 한 개 남겨 논 이승엽에게 보인 치졸한 모습은 프로야구 역사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또한 LG 그룹의 모토인 ‘정도경영(正道經營)’ 이미지에 먹칠을 한 수치스런 순간으로 기록될 것이다.
↑ LG 트윈스가 지난달 31일 삼성 이승엽의 400홈런을 피하기 위해 보인 치졸한 행동으로 그룹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이승엽에 대한 고의4구가 LG 배터리의 판단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양상문 감독의 지시인지 이것도 아니라면 그룹 고위층의 쪽지인지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LG의 명예가 땅에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1루로 걸어 나가면서 지은 이승엽의 웃음을 양상문 감독은 봤을 것이다. 잠실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의 야유 소리를 LG 그룹 고위층은 들었을 것이다. TV를 보던 수많은 시청자들의 비난을 LG 그룹은 기억해야 할 것이다.
LG는 올 시즌을 앞두고 의욕이 넘쳤다. 지난해 초반 꼴찌에서 포스트시즌까지 치고 올라간 저력을 단단히 믿는 눈치였다. 당장 우승이라도 할 것처럼 들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았다. LG의 구멍은 생각보다 컸다. 4월 한 달은 승률 5할을 어렵게 유지했지만 5월 들어 전력이 급락하면서 9위로 내려앉았다.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이런 초상집 같은 분위기 속에서 이승엽의 400홈런 희생양까지 되긴 싫었을 것이다. 더군다나 홈구장에서, 그것도 자신들은 아직도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는 삼성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LG는 이승엽과 정정당당하게 승부했어야 했다. 그것이 LG가 프로야구팬들로부터 가장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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