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김원익 기자] 노경은(두산)은 부상 복귀 이후 발상을 바꿨다. 그러자 완벽한 클로저로 돌아왔다.
노경은은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KBO리그 SK와이번스와의 정규시즌 경기 8회 1사 1,2루서 등판해 1⅔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고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지난 2011년 8월18일 잠실 LG전 이후 1373일만의 세이브. 마무리로 낙점된 이후 데뷔전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완벽한 귀환을 알렸다. 3이닝 이상을 소화하며 세이브를 올리는 등의 상황은 있었지만 8,9회 접전이나 리드 상황에 등판해 경기를 책임지는 ‘마무리’의 역할을 맡게 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 사진=곽혜미 기자 |
사실 노경은은 가진 구위에 비해서 ‘멘탈’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위기 상황에서 약하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 노경은은 오히려 마음을 깔끔하게 비웠다. 그러면서도 완벽한 마무리에 대한 욕심도 공존한다. 노경은은 “1사 1,2루서 마운드에 올라서 쓰리볼을 만든 상황의 모양새가 찝찝하고 기분 나빴다. 너무 부끄러웠다”면서 “다음에는 (손)승락이 형이나 (오)승환이 형처럼 완벽하고 깔끔한 세이브를 거두고 싶다”고 했다. 마음을 비웠다지면 역설적으로 초보 마무리면서도 목표를 더욱 높은 곳으로 잡은 노경은이다.
지난 2월 불의의 턱 골절 부상 이후 야구에 대한 간절함을 다시 배웠다. 동시에 어떻게 야구를 해야 될 것인가에 대한 접근도 그 어느 때보다 많이 했다. 투구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노경은은 “예전에는 세게 던지려고 생각했다면 이제는 가볍게 그리고 빠르게 던지려고 마인드컨트롤을 하면서 던진다”고 했다. “사람의 뇌는 생각하는대로 이뤄진다. 예전에 패대기치면서 원바운드 되는 공들은 ‘세게 던져야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던 공이었다. 이제는 보다 간결하고 가볍게 공을 뿌리면서 또 팔 스윙은 최대한 빠르게 가져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설명. 소위 말하는 힘을 뺀 투구이면서도 또한 매커니즘적으로는 진화를 위한 도전이기도 하다.
마음의 한계도 정하지 않고 있다. 노경은은 “팀이 원한다면 한번에 50개도 던질 수 있는 각오가 되어 있다”면서 “올해는 승리를 위한 모든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내가 책임을 지고 싶다”고 했다. 연투도 OK다.
이제 어느덧 프로 13년차. 베테랑의 위치지만 ‘자신의 투구’에만 집중하겠다는 것이 또한 새로운 발상. 노경은은 “야구를 하다 보니 어느덧 13년차가 됐고, 팀에서도 3번째로 나이가 많은 선수가 됐다. 어느덧 눈떠보니 고참이 된 것이다”라며 “그래서 한 생각이 ‘올해는 내가 할 것만 제대로 해내자’는 것이다. 내 역할을 먼저 잘 하고 싶다”고 했다.
나를 먼저 세우겠다는 뜻이지만 후배들에 대한 생각을 잊은 것은 아니다.
“우리 팀의 어린 투수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나는 항상 이렇게 이야기를 해준다. ‘나는 지난해 더 떨어질 수 없는 바닥까지 겪어봤던 사람이다. 너희들은 정말 잘하고 있다. 그 정도 못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공이 좋으니까 충분히 지금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고 말이다.”
↑ 사진=곽혜미 기자 |
올해 목표는 단순하고 크게 잡았다. 노경은은 “개인적으로 성적은 정말 아무런 생각이 없다. 팀이 이기는 것, 4강에 가는 것, 한국시리즈에 진출하는 것 그렇게 크게만 볼려고 한다”면서 “진짜 예전에는 10승, 평균자책점이 얼마여야 하고 그런 목표만 세웠는데 이젠 그런 욕심들은 모두 버렸다”며 힘주어 말
스스로에 대한 목표를 가장 높게 잡았지만 그만큼 동시에 팀을 위해 모든걸 비웠다. 발상의 전환을 통해 노경은이 ‘완벽한 클로저’로 돌아왔다. “이제 100경기는 더 남았다”는 것이 노경은의 말. 노경은을 통해 달라질 두산 불펜을 더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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