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인내심을 다시 배우고 있어요.(웃음)”
두산 베어스의 ‘캡틴’ 오재원(30)은 올해 부쩍 진중해졌다. 투지 넘치는 플레이에 더해 솔직한 감정 표현이 그간 오재원의 모습이었다면, 올해는 그 강도가 매우 약해졌다. 생애 첫 주장을 맡은 올해는 한 번 더 생각하고 누르고 있다. 첫 주장 완장. 새삼 그 ‘무게’를 느끼고 있다.
야구 욕심은 여전하다. 더해 생각할 것들이 더 많아졌다. 17일 광주 KIA전을 앞두고 만난 오재원은 “인내심을 다시 배우고 있다(웃음). 사실 어깨에 닿지도 않아서 완전히 세이프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심판께서 ‘다시 확인했을 때 아웃여부가 확실하게 판명되지 않아 최초 판정을 번복하기 어렵다. 이해해달라’고 하기에 그냥 순순히 받아들였다”고 했다.
↑ 사진=MK스포츠 DB |
주장이기 때문에 더욱 자제할 수밖에 없다. 오재원은 “이것저것 챙길 것들이 많다. 사실 고등학교, 대학교 때 주장을 맡으라는 이야기에 ‘절대 안하겠다’고 맨날 피해갔는데 저기 형님(홍성흔, 경희대학교 선배)이 억지로 넘기는 바람에...막상 해보니 이 자리가 얼마나 힘든 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재원은 ‘전임 주장’ 홍성흔은 물론 선수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자연스럽게 챙겨야 될 것들도 많다. ‘카리스마’ 넘치는 김태형 신임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주문에 맞춰 ‘솔선수범’하며 이끌어야 한다.
그것은 ‘귀찮다’는 감정 보다는 ‘낯설고 새롭다’는 것이 오재원의 말. “이렇게 남들을 많이 생각하면서 야구를 해본적이 없으니까...신경 쓸 것들이 많아졌다”면서 “선수들을 보면서도 생각이 든다. 내가 여기서 한 마디를 해야 할까,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할까. 어떻게 표현을 해야 될까. 그런 고민들을 많이 하는 것 같다. 많이 약해졌다(웃음)”
‘더 신중해 진 것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말에 오재원은 “신중해 진 것도 같다”고 수긍했다.
언제나 펄펄 끓었던 야구 욕심. 그런데 요즘은 개인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도 잠시 잊을 정도다. 오재원은 “시범경기에서부터 한 번도 타격감에 대해 만족스러운 적이 없다”면서 “사실 지난해는 야구가 쉽고 하루하루 재밌었다. 그런데 올해는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이런(주장) 고민들 때문에 한 번씩 야구에 대한 스트레스를 잊는 것도 같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재원은 34경기서 타율 2할7푼5리 3홈런 18타점 14득점 7도루를 기록 중이다. 커리어하이였던 지난해보다는 떨어진 성적. 하지만 중요한 상황에서 결정적인 적시타를 때려내며 기여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은 3할1푼으로 타율을 훨씬 웃돈다. 그제서야 오재원은 “그거라도 해서 다행”이라며 희미하게 웃었다.
특히 오재원의 가치는 수비에서도 드러난다. 유격수 김재호와 함께 철벽 내야진을 구축하고 있다.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시도’는 김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주문. 더 적극적이고 모험적인 수비를 하면서도 1개의 실책만을 기록 중이다. 철벽 키스톤 콤비는 두산이 가진 또 하나의 강정.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김재호의 말을 전하자 오재원은 “오히려 내가 (김)재호에게 의지한다. 나는 (김)재호가 시키는대로 다 한다”며 손사래를 쳤다.
생동감 넘치는 플레이와 보는 선수단을 끓어오르게 하는 ‘날것’ 그대로의 파
“의지를 처음부터 새롭게 해야죠. 다시 처음부터. 다시 노력...(그래도) 안되면 다시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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