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3승.’ 4경기째 제자리걸음이다. 양현종(KIA)이 프로야구 KBO리그 다승왕 경쟁에서 한발 물러섰다.
양현종은 지난 17일 광주 두산전까지 9경기에 등판했다. 승수는 3승. 지난달 21일 광주 롯데전 이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시즌 초반 5경기에서 3승을 챙기며 다승 부문에서 선두 다툼을 벌이던 양현종이었다. 하지만 3승에서 머무르고 있다. 그보다 많은 승수를 기록한 투수만 16명이다.
분명 ‘더딘’ 승수 쌓기다. 양현종은 2013년과 2014년 초반 9경기에서 6승(1패)과 4승(3패)을 거뒀다. 초반 승수 페이스가 예년에 비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양현종이 못 던진 건 아니다. 해마다 초반 빼어난 투구를 펼쳐왔고, 올해도 다르지 않다.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2.13(55이닝 15실점 13자책)으로 이 부문 1위다. 평균자책점 상위 6명 가운데 유일한 토종이다. KBO리그에서 가장 잘 던지고 가장 짠 투수다.
↑ 양현종은 4월 21일 롯데전 이후 네 차례 등판했지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사진=MK스포츠 DB |
일단 타선의 득점 지원 부족이 가장 컸다. 양현종이 최근 네 차례 마운드에서 버티고 있을 때 KIA 타선은 단 6점을 뽑는데 그쳤다. 1경기 최다 득점이 2점이었다. 양현종의 실점인 8점(6자책)보다 더 적었을 정도.
지난 주 두 차례 등판했던 12일 kt전과 17일 두산전에서도 양현종은 2-2로 맞선 가운데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공교롭게 양현종이 내려간 뒤 KIA는 결승점을 뽑으며 승리를 챙겼다. 5월 들어 뒷심 야구를 펼치는 KIA인데, 그 뒤늦은 폭발이 양현종의 승수 사냥에는 마냥 좋지 않다.
불펜도 그를 돕지 못했다. 딱 한 번 충족했던 승리투수 요건(6일 NC전)도 불펜의 방화로 날렸다. NC전에서 마무리 윤석민을 투입하고도 8회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동료의 도움 부족도 있지만 양현종의 부족도 있었다. 무엇보다 투구수 관리를 잘 못했다. 양현종은 5월 3번의 등판에서 총 16이닝을 책임졌다. 5이닝이 두 차례(NC전-두산전)였다. 이닝이터답지 않았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했지만, 투구수가 지나치게 많았다. 두산전의 경우, 5회까지 투구수가 무려 106개였다. 초반(1회 16개-2회 18개)까지 나쁘지 않았는데 3회 이후 급격히 늘어났다. 3회부터 5회까지(25개-26개-21개) 투구수가 20개를 넘겼다. 매 이닝 주자를 내보내며 위기를 자초한데다 공도 높
올해 4사구가 많긴 해도 양현종은 ‘토종 에이스’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5월 평균자책점은 1.69다. 월간 MVP급 성적표다. 그러나 승리는 없고, 투구 이닝은 줄었다. 득점 지원도 뚝 떨어졌다. 불운했지만 마냥 불운을 탓할 수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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