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셸? 로또맞은 기분. 그랬다. 데이비드 베컴, 아니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이 찍었던 그 군도인데. 선배의 여행 미션에 정신은 이내 ‘강렬하게 내리쬐는 눈부신 태양과 온몸을 간지럽히는 서늘한 바람…. 에메랄드빛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한 세이셰 바다‘로 직행했다. 그렇게 떠난 세이셸 군도.인도양 서부의 섬나라 세이셸은 아프리카 동부의 마다가스카르섬에서 북동쪽에 위치해있다. 116개의 섬으로 구성된 세이셸이 국내 관광객들에게도 익숙해진 것은 영국의 윌리엄 왕세손 부부와 미남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 덕분이다.
지난 2011년 ’세기의 결혼식‘을 올린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케이트 미들턴 부부가 선택한 신혼여행지가 세이셸이다. 2009년에는 베컴이 부인 빅토리아 베컴과의 결혼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찾은 곳 역시 세이셸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작가 조앤 K. 롤링이 매년 찾는 휴가지, 영국 BBC 선정 ‘죽기 전에 반드시 가봐야 할 천국’, 미국 NBC 방송이 정한 ‘세계 톱5 여행지’…. 전 세계 유명인사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세이셸을 둘러싼 화려한 수식어는 끝이 없다. 지구가 탄생한 순간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세이셸은 그야말로 ’인도양에 숨은 진주‘라는 표현으로도 매력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는 휴양지다.
세이셸이 이처럼 전 세계 모든 이들의 ‘지상낙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오랜 세월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았기에 가능했다. 함께 간 김빛남 세이셸 관광청 소장의 귀띔. 포르투갈 항해사 바스코 다 가마가 아프리카 최남단을 돌아 인도로 향하던 1501년 세이셸을 발견할 때까지 세이셸은 원주민조차 살지 않던 무인도였단다. 이후에도 ‘미지의 섬’으로 남은 세이셸은 1744년 프랑스령으로 선포되면서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다고.
인류가 머물던 시간보다 머물지 않았던 시간이 훨씬 긴 덕분에 세이셸은 태초의 모습 그대로를 보존할 수 있었다. 세이셸은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울수 있는지, 동시에 광활한 자연 경관이 보는 이들을 얼마나 압도할 수 있는지를 숨김없이 보여준다.
그러니 세이셸 공항에 도착하면 반드시 해야 할 의식이 있다. 잠시 눈을 감고 상상할 수 있는 자연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떠올리는 ’상상여행‘이다.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에메랄드빛 투명한 바다와 이름모를 풀과 나무들로 무성한 산과 언덕들, 그리고 관광객을 반기는 인심좋은 현지인까지…. ’상상여행‘을 권하는 이유는 세이셸에서 느낄 감동을 더욱 크게 하기 위해서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천국‘이 세이셸이다. 이제는 현실의 천국을 제대로 느낄 차례. 우선 지구 어디에서도 경험할 수 없는 상쾌한 공기가 관광객을 반긴다. 매연으로 가득한 도심 속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맑은 공기를 흠뻑 마시며 크림빛 모래사장을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아늑한 크림빛으로 물든다.
오랜 세월 산호가 부서지고 그 조각이 켜켜이 쌓여 이뤄진 곱디 고운 백사장.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반드시 ’맨발‘로 걸어야 한다는 것. 중요한 것은 반드시 ’맨발‘로 걸어야한다는 것. 고운 모래 위를 걷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평온해지는지를 느끼는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세이셸에서의 추억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세이셸 바다에서는 눈과 귀가 모두 안식을 찾는다.
지상 최후의 낙원 세이셸이 최고의 휴양지라는 사실은 이곳을 다녀간 셀러브리티들의 면모를 보면 알 수 있다. 문제는 가서 무얼 해야 세이셸의 매력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느냐는 것. 단순히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모래사장에서 일광욕만 하는데 그친다면 다른 휴앙지와 다를 바 없고, 특별한 추억을 남기기도 어렵다.
그래서 준비했다. 세이셸에 가서 반드시 해야할 세 가지다.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스노쿨링을 하는 것도 좋고, 모래사장에 누워 피부를 구릿빛으로 태우는 것도 좋지만 세이셸에서만 할 수 있는 이 세 가지만 한다면 세이셸 여행이 더욱 특별해진다.
↑ 세이셸 [사진제공 = 세이셸관광청] |
2001년 국내에 개봉한 영화 ‘캐스트 어웨이.’ 톰 행크스의 연기와 함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 영화 배경으로 나온 새하얀 백사장과 푸른 바다다.
영화가 촬영된 해변이 세이셸 군도 라디그섬의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이다. 영국 BBC가 세이셸의 수많은 해변들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으로 꼽았을 때 그중에서도 극찬을 받은 해변이 이곳이다.
라디그섬에 가기 위해서는 세이셸의 수도 빅토리아시티가 있는 마헤섬에서 배를 타고 프랄린섬을 거쳐 이동해야 한다. 마헤섬에서 프랄린섬까지는 고속 페리로 50분이 걸리고, 프랄린섬에서 라디그섬까지는 고속 페리로 15분이면 충분하다.
세이셸의 아름다운 해변 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을 보유한 라디그섬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순간 예술이 되는 섬이다. 거주 인구가 마헤섬보다 적기에 세이셸 군도 중에서도 사람의 손때를 덜 탈 수 있었고 세이셸 군도 중에서도 더욱 특별한 아름다움을 보존할 수 있었다.
라디그섬에서 가장 먼저 할 일은 선착장 인근에 위치한 관광센터에서 자전거를 빌리는 일이다. 자전거를 타고 시원한 바닷바람을 즐기며 해안도로를 달리지 않는다면 라디그섬 매력을 절반도 느끼지 못한 것이기 때문. 가장 먼저 향해야 할 곳은 역시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이다.
자전거로 걸리는 시간은 20~30분 정도다. 해변이 나오기 직전 포장되지 않은 숲길을 달려야하는데, 숲길을 지나 모래사장에 도착하는 순간 앙스 수스 다정 해변이 마법처럼 눈앞에 펼쳐진다.
◆ ‘보물찾기’를 떠나다…모블랑 트레킹
세이셸 군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마헤섬 역시 아름다운 해변을 둘러볼 수 있지만 이곳에서 반드시 해야할 일은 트레킹이다.
트레킹이나 모험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햇빛 하나 비추지 않는 울창한 나무숲길을 걷는 상상을 한 번 정도는 해봤을 것이다. 이같은 욕구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는 것이 마헤섬의 몬블랑(Morne Blanc) 트레킹이다.
전 세계를 통틀어 세이셸에서만 자라는 다양한 식물과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기암괴석이 이곳을 찾은 이방인을 반기는 몬블랑 트레킹 코스. 어린 시절 소풍에서 추억을 더해준 ‘보물찾기’를 하는 기분에 취할 수 있기에 몬블랑 트레킹은 더욱 특별하다.
트레킹 코스에서 찾아야할 ‘보물’은 ‘세계에서 가장 작은 개구리’인 가디너 개구리다. 손톱보다도 작은 가디너 개구리를 찾기 위해 정상까지 걷는 도중 숲 곳곳을 뒤지다보면 어느새 피로가 사라진다.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가이드의 도움이다. 사람들 발길이 계속되면서 개구리 서식지가 트레킹코스에서 점점 멀어지기 때문. 끝내 개구리를 찾지 못해도 완만한 등산로를 걷다보면 한국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이색적인 풍광에 눈이 절로 호강한다.
1시간 정도 걸었을까. 정상에 도달하기 직전 가이드가 잠깐 멈추고 눈을 감으라고 한다. 그러더니 손을 잡고 천천히 어딘가로 이끈다.
불안감 속에 20~30초 가량 걸었을까. “눈을 떠도 좋다”는 가이드 말에 눈을 뜬 순간 눈앞에 펼쳐진 풍경에 숨이 턱 막힌다.
가이드가 이끈 몬블랑 트레킹 코스의 정상은 사실 전망대다. 해발 약 700m에 달하는 전망대에 오르는 순간 ‘인도양이 품은 진주’ 세이셸 마헤섬의 해변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매일 올라와도 질리지 않는 곳”이라는 가이드 말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트레킹을 할 때 한 가지 팁. 코스는 어렵지 않지만 울퉁불퉁한 바위가 만은 길을 걷기 때문에 튼튼한 등산화는 필수다.
◆ 세이셸의 터줏대감을 찾아서
세이셸 군도가 ‘신혼여행 후보지 1순위’ 하와이와 가장 다른 점은 오래 전 지구에 지각변동이 일어났을 때 대륙에서 떨어진 섬이라는 점이다.
쉽게 말해서 화산섬이 아니라는 것. 바다에 둘러싸인 섬이기는 하지만 생태계는 대륙과 흐름을 같이 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덕분에 세이셸의 다양한 동·식물들은 대륙 시절 형성된 생태계에 뿌리를 내린 동시에 섬으로 떨어져나온 순간부터 적응을 위해 진화를 시작하면서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했다. 세이셸만의 다양한 동·식물 중에서 세계인들 시선을 붙잡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씨앗으로 알려진 ‘코코 드 메르’와 라디그섬의 터줏대감으로 꼽히는 ‘세이셸 자이언트 거북’이다.
‘코코 드 메르’를 보기 위해서는 마헤섬에서 프랄린섬으로 이동해야 한다.
아담과 이브가 살았던 에덴동산이 실존한다면 이곳일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 프랄린섬은 15억년전 태고적 모습을 잘 간직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섬 중앙의 ‘발레 드 메 국립공원’에서 ‘코코 드 메르’를 볼 수 있다.
코코 드 메르의 별명 중 하나가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식물’이라는 것이다. 암나무 열매가 여성의 엉덩이를, 숫나무 열매는 남성 성기를 닮았기 때문. 암나무 열매의 경우 무게가 25kg에 육박하기에 항상 위를 주시해야 한
세이셸 자이언트 거북을 보기 위해서는 라디그섬으로 이동해야 한다. 해안도로에서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는 세이셸 자이언트 거북의 모습을 보다보면 이 섬의 주인이 누구인지 잠시 헷갈릴 정도. 자연과 인간이 완벽한 공존을 이루는 모습에 시간가는 줄 모르는 곳이 세이셸이다.
[세이셸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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