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세기의 복싱대결’에 패한 매니 파키아오(37·필리핀)는 어깨 회선건판이 파열되어 수술을 받았다. 회복에 최소 9개월이 필요하다. 그러나 소속사 ‘톱 랭크’의 공식입장과 미국 스포츠방송 ESPN 및 파키아오 경기를 중계하는 HBO의 보도를 종합하면 ‘부상 은폐’의 책임을 지라는 소송까지 휘말린 것은 지나치다.
파키아오와 매니저, ‘톱 랭크’는 6일(이하 한국시간) 부상을 숨기고 플로이드 메이웨더(38·미국)와 경기를 했다는 이유로 500만 달러(54억600만 원)를 보상하라는 집단소송을 당했다. 파키아오의 어깨에 대한 각종 의혹이 팽배하고 있다.
그러나 파키아오가 부상을 은폐하고자 의학서비스도 걸렀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파키아오는 훈련 과정에서 다친 어깨에 대한 약물치료를 받았다. 투여내용은 메이웨더-파키아오의 금지약물 복용을 감시한 미국도핑방지위원회(USADA)에도 보고됐다.
미국 네바다주 체육위원회(NAC) 사전 설문지에 파키아오 측은 ‘부상을 당한 바가 없다’고 답하여 위증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한 책임은 면하기 어렵겠으나 USADA에는 공지했으므로 부상 자체를 숨길 의도는 없어 보인다. NAC가 스포츠 관련 조직이기에 거짓 설문에 대한 처벌을 감수하고라도 단점 노출을 꺼리진 않았을까.
메이웨더전에 앞서 파키아오는 대결에 문제가 없는 어깨라는 의료진의 검증도 받았다. 경기 전 진통소염제 처방을 허락받지 못한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상황이다. 상대를 더 아프게 해야 하는 복싱 대결을 앞두고 몸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파키아오만 통증 완화주사를 맞는 것은 불공평하다.
↑ 파키아오(오른쪽)가 메이웨더와의 웰터급 통합타이틀전 라운드 간 휴식기간에 수분을 보충하면서 명트레이너 프레디 로치(왼쪽)의 지시를 듣고 있다. 사진(미국 라스베이거스)=AFPBBNews=News1 |
전치 1년까지 거론될 정도로 심각한 부상은 메이웨더와의 대결 도중에 다친 것이다. 따라서 사전에 어깨를 다쳤음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느냐는 법적으로도 중요한 쟁점이 아니다. 이번 집단소송에서 ‘톱 랭크’의 변호를 맡은 대니얼 페트로첼리(62·미국)도 자신하는 부분이다.
물론 파키아오가 이전 부상으로 어깨 내구성이 취약해졌을 가능성은 크다. 그러나 경기를 해도 좋다고 의료진이 판단했음을 잊어선 안 된다. 몸을 사리지 않았던 파키아오나 탄탄한 수비와 얄미운 회피를 바탕으로 정교한 반격을 가한 메이웨더 모두 잘못을 범하지 않았다.
어깨를 재차 다칠 줄 알고 파키아오가 대결에 임했을 리는 없다. 혹시나 메이웨더가 주먹을 섞으면서 파키아오의 어깨가 정상이 아닌 것을 눈치채고 상태가 나빠지도록 유도했다고 해도 냉혹한
메이웨더-파키아오는 3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세계복싱평의회(WBC)·세계복싱기구(WBO)·세계복싱협회(WBA) 웰터급(-67kg) 통합 타이틀전으로 치러졌다. WBC·WBA 챔피언 메이웨더가 만장일치 판정승으로 파키아오의 WBO 벨트를 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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