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관중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상상할 수 없다. 그러기에 무관중 경기는 강한 파급효과를 미친다. 침묵의 힘인 것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지난 30일 캠든야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홈경기를 무관중 경기로 개최했다.
볼티모어는 지난 주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척추에 상처를 입고 사망한 프레디 그레이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로 도시가 비상사태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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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티모어 선수들이 승리를 확정지은 뒤 빈 경기장에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美 볼티모어)=ⓒAFPBBNews = News1 |
이는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최초의 일이다. 최초인 만큼, 보기 드문 장면도 연출됐다. 볼티모어의 칼렙 조셉은 빈 관중석 앞에서 사인을 해주는 시늉을 했고, 크리스 데이비스는 아웃을 잡은 뒤 공을 빈 관중석에 던져줬다.
벅 쇼월터 볼티모어 감독은 “불펜에 전화를 했을 때 전화기가 울리는 소리까지 다 들을 수 있었다”며 “작은 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기 때문에 더그아웃에서 하는 농담도 조심해야 했다”며 고요함 속에 경기한 소감을 전했다.
무관중 경기였지만, 할 것은 다 했다. 경기 전 국가 제창은 물론이고 심지어 7회초 이후 부르던 존 덴버의 ‘Thank God I’m A Country Boy’까지 틀었다. 장내 아나운서의 선수 소개도 그대로 진행됐다. 이날 구단이 집계한 공식 관중 기록은 ‘0’이었다.
볼티모어 구단은 이날 경기를 비공개로 진행하면서 입장권을 다른 홈경기 표로 교환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어찌됐든 대체 일정을 잡는 대신 비공개로 진행하며 입은 손실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더 큰 소득을 얻었다. 예상치 못한 사태에 직면한 볼티모어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경기장 밖에는 몇몇 팬들이 ‘우리는 하나의 볼티모어다(We Are All One Baltimore)라는 문구와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이들 중 한 명인 제이크 트라웃 씨는 ‘MLB.com’과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두렵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왔다. 사람들 중에는 이 끔직한 상황에서 이점을 노리려는 이들도 있지만, 우리는 숨거나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팀의 주전 중견수인 아담 존스도 경기 전 인터뷰에서 “굳세고, 안전하게 있어달라. 내가 8년간 알아오고 사랑해왔던 위대한 도시의 모습을 지켜달라”며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이날 경기를 통해 볼티모어 구단은 연고지 볼티모어를 걱정하고 사랑하는 팀이라는 이미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켰다.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시켰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한 경기 관중 수익을 포기하고 얻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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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2년 6월 한국에서도 무관중 경기가 진행됐다.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포항과 인천의 경기가 그것이다. 사진= MK스포츠 DB |
텅 빈 경기장에서 치러진 경기는 감독과 선수, 축구계는 물론 팬들에게도 하나의 ‘충격’이었다. 앞 다투어 “다시는
침묵이 갖고 있는 힘은 막강하다. 그러나 프로스포츠에서 이는 볼티모어나 인천의 경우처럼 정상 궤도에서 벗어났을 때 사용해야 할 ‘최후의 수단’이다. 팬들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존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