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28일 프로야구 광주경기에서 펼쳐질 꿈의 시구는 야속한 비로 인해 이뤄지지 않았다. 1달 넘게 이날만을 기다렸던 소년은 발걸음을 돌렸다. 하지만 꿈에 그리던 챔피언스필드를 처음 방문한 소년은 오히려 감사해 하며 행복하고 즐거움을 간직한 채 떠났다.
KIA 타이거즈는 28일 열릴 프로야구 KBO리그 한화 이글스전에 의미 있는 시구를 준비했다. 장애를 딛고서 주니어 야구선수로 활동 중인 김성민(15·용인 신촌중 3학년)군의 꿈을 위한 시구 이벤트를 마련했다.
김군은 주니어 야구계에서 화제의 인물이다. 생후 1주일,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아버지 품에 안긴 채 계단에서 굴러 떨어졌다. 아버지는 가벼운 팔 골절상이었으나 김군은 오른 머리를 크게 다쳤다. 세상의 빛을 본 지 얼마 안 돼 중환자실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나날을 보냈다.
수술 결과는 성공, 아니 기적에 가까웠다. 왼 팔과 왼 다리를 쓰지 못하나, 다소 불편하더라도 일상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학교도 다니면서 수영, 스키, 축구 등 각종 운동도 배웠다. 하지만 그가 놓지 않은 건 야구공과 글러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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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민군(오른쪽)에게 2015년 4월 28일은 절대 잊을 수 없는 날이 됐다. 우상인 윤석민을 비롯해 KIA 타이거즈 선수단을 만났다. 사진(광주)=김영구 기자 |
오른팔 밖에 쓰지 못하나 글러브를 낀 채로 송구도 하며, 배트를 들고 안타를 치기도 한다. 꾸준한 연습을 하면서 스스로 ‘노하우’를 터득했다. 그런 김군은 지난달 언론을 통해 소개가 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김군은 열성 KIA팬이다. 광주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어려서부터 KIA 야구를 즐겨봤다. 집에서 가까운 잠실야구장을 찾아 KIA의 경기를 관전했으며,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TV를 보며 응원했다. 단순 관전을 떠나 꼼꼼하게 기록을 정리하며 KIA의 경기를 복기했다. 김군의 어머니인 송달미(39)씨는 “아버지도 저렇게까지 열심히는 아니었다. 아버지보다 더 열성적이다”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 가운데 KIA에서 시구자로 초대하니 뛸 뜻이 기뻤다는 김군이다. 시구를 할 28일은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29일에도 시험이 예정돼 있었다. 그럼에도 버선발로 뛰어가듯 광주로 향했다. 김군은 누구보다 2년 전 교통사고로 하늘나라에 가신 아버지가 생각났다. “아버지께서 살아계셨다면, 제가 아버지 고향에서 시구하는 걸 매우 기뻐하시고 자랑스러워 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김군의 들뜬 마음과 달리 광주로 향할수록 빗줄기가 점점 굵어졌다. 야구장에 도착하니, 이미 경기가 우천 순연됐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김군의 시구도 함께 취소가 됐다. 29일과 30일 경기의 시구자는 이미 정해져 있어, 김군이 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김군도 시험을 치러야 해 계속 광주에 머무를 수 없었다.
김군은 크게 아쉬워했다. “오랫동안 (시구를 할)이날만을 기다렸는데 날씨가 안 도와주니 아쉬움이 크네요. 학교(3교시까지 중간고사를 치렀다)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비가 내리지 않아, 우천 취소가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
하지만 KIA는 김군을 위해 특별 이벤트를 준비했다. 김군이 가장 좋아하는 야구선수인 윤석민과 만남을 가진 것. 윤석민이 지난 2011년 투수 4관왕을 차지했을 때부터 우상으로 그의 미국 진출 전 등번호인 21번을 김군은 주니어 야구단에서 쓰고 있다.
윤석민은 친필사인을 한 유니폼 및 모자를 김군에게 선물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야구를 하고, 다음에 기회가 될 때 또 만나자”라고 프로야구선수가 꿈인 김군을 응원했다.
더욱이 김군은 강한울과 캐치볼까지 하면서 더없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KIA도 시즌 내 김군의 시구 이벤트를 다시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김군은 야구장을 떠나기 전 야속한 비에 오히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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