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광주) 이상철 기자] 호랑이군단의 가장 무서운 발톱은 어느 발일까. 최근 사냥에 적극 쓰는 부위는 맨 아래다. 하위타선의 뜨거움이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펑, 펑.’ 때리고 또 때린다. 못 때리면 걸어간다.
공포의 하위타선이다. 브렛 필-나지완-최희섭의 중심타선보다 훨씬 무섭다. 가볍게 아웃카운트 3개를 잡을 수 있었던 시절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됐다.
KIA는 지난 15일과 16일 LG전에서 ‘막강한’ 하위타선을 자랑했다. 2경기에서 7번-8번-9번타자의 기록은 24타수 13안타 2볼넷이었다. 타율이 5할(0.541)을 넘었다. 그리고 매 경기 안타를 쳤다. 쉬어가는 타순이 아니었다.
17일 넥센전에서도 7번 김다원-8번 이성우-9번 최용규는 매서운 눈과 날카로운 스윙으로 넥센 마운드를 괴롭혔다. 염경엽 감독은 “하위 타선을 상대로 볼넷보다 안타를 허용하는 게 낫다”라고 말했지만, 단순히 치기만 잘 하는 게 아니다. 선구안도 뛰어나 볼도 잘 골랐다. 염경엽 감독으로선 골머리를 앓았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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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KIA 타이거즈의 타선을 이끄는 건 최용규다. 사진(잠실)=곽혜미 기자 |
한 바퀴 돈 뒤에도 하위타선은 여전히 매서웠다. 4회 1사 후 김다원이 볼넷으로 출루하자, 최용규가 우중간의 ‘절묘한 위치’로 안타를 쳤다. 1루 주자 김다원이 홈까지 파고들 정도로 ‘절묘한 타구’였다.
김다원과 최용규는 각각 6회와 9회 안타를 하나씩 더 쳤다. KIA로선 9회가 특히 아쉬울 터. 선두타자 최용규가 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후속타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침묵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안타 하나만 더 쳤으면 승부는 어찌 됐을지 모른다. 그렇게 야속할지 모를 터. 동료들이 받쳐주지 못한 경기였다.
KIA는 17일 넥센전에서 안타 6개만 쳤다. 그 중 4개가 하위 타선에서 나왔다. 밑에서만 열심히 배트를 휘두를 뿐이다. 3번부터 6번까지 중심타선은 16타수 무안타를 기
KIA의 패배로 빛이 바랬다. 그러나 그 패배는 마운드의 허무한 붕괴가 컸다. 적어도 하위 타선은 제몫을 다했다. 언제 그랬냐는 듯. 김다원(0.347)과 최용규(0.321)는 타율 3할을 자랑하고 있다. 점점 매서워지고 있다. 가장 치명적인 타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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