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이런 복덩이들이 따로 없다.
삼성 라이온즈의 좌완 박근홍과 사이드암 신용운이 시즌 초반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두 사람의 평균자책점은 제로. 삼성은 불펜 평균자책점 2.38로 이 부문 1위를 질주하고 있는데 셋업맨 안지만, 마무리 임창용과 함께 이 두 사람의 역할이 크다.
박근홍은 안지만의 앞에 등판하거나 원포인트, 혹은 경우에 따라 8회 셋업맨으로 나서는 등 다양한 역할을 맡으며 8경기서 5⅔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묵직한 속구 구위를 뽐내며 7개의 탈삼진도 솎아냈다.
주로 원포인트 릴리프로 나서고 있는 신용운도 8경기 4⅓이닝 동안 5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무자책을 기록하고 있다. 3실점이 있지만 승계주자를 받은 이후의 실점한 경우로 신용운의 자책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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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운과 박근홍이 올해 삼성 불펜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박근홍은 2004년 KIA의 2차 2라운드로 프로에 입단한 이후 2010년 팔꿈치 수술을 하고 2011년 시즌 후 삼성에 2차 드래프트로 건너왔다. 이름도 박정태에서 박근홍으로 개명하며 새 출발을 노렸다. 하지만 고질적인 부상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2005년과 2006년 양쪽 발목에 차례로 당한 부상이 이후 계속 재발했다. 급기야 2010년에는 팔꿈치 통증으로 수술까지 했다. 이어 2011년 공익근무요원을 마치고 나서는 거듭된 부상으로 투구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졌고 타자 전향까지 권유 받았다. 고교시절 이영민 타격상까지 받았단 타격 재능을 살려보라는 제안이었다. 겨울동안 타자 전향 준비도 했지만 박근홍은 투수로의 끈을 버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 삼성이 기적같이 2차 드래프트로 박근홍을 지명했고,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2013년 14경기서 1패 평균자책점 5.25, 퓨처스리그서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6.04를 기록한 박근홍은 2014년 42경기서 1승 5홀드 평균자책점 4.45의 성적을 올리며 한 단계 성장했다. 이어 올해는 류중일 감독의 신뢰를 톡톡히 받으며 필승조로 기용되고 있다.
신용운 역시 KIA 출신이다. 2002년 KIA에 입단한 신용운은 리그 정상급 셋업맨으로 활약했다. 2003년 70경기서 11승3패 4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63의 전천후 활약을 했고 2004년에는 마무리로도 나서며 4승2패 11세이브 평균자책점 2.08의 눈부신 한 해를 보냈다. 이후에도 꾸준히 KIA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지만 부상 악령이 신용운을 덮쳤다. 2005년과 2007년 두차례의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았고, 2009년에는 어깨 수술까지 받았다.
이후 경찰청에 입대해 군 복무를 해결하고 재활을 하면서 2008년부터 2011년말까지 꼬박 4년여의 시간 동안 1군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1년 4경기를 던지며 부활의 조짐을 보였고 그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에서 삼성으로 이적했다. 2012시즌을 통째로 오른쪽 어깨와 팔꿈치 재활로 보낸 신용운은 2013년 마침내 44경기 2승2홀드 평균자책점 2.03으로 화려하게 비상했다. '플레이어스 초이스 어워드' 재기상까지 받았고 우승까지 경험했지만 다시 팔꿈치 뼛조각 수술을 받으면서 2014년을 통째로
거듭된 부상에도 신용운은 무너지지 않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 장원삼, 최형우, 안지만 등의 ‘83라인’ 동료들의 도움 속에 힘든 재활의 시간을 견뎌내고 다시 꽃을 피워내고 있다.
부상과 이적이라는 시련을 경험한 이들의 선전은 그저 삼성에 찾아온 뜬금없는 행운이 아니다.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다시 핵심 불펜으로 거듭난 박근홍과 신용운의 땀과 눈물이 이뤄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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