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日 니시노미야) 안준철 기자] “안녕하세요! 오승환! 사랑해요!”
지난달 31일 일본 도쿄 메이지진구구장. 외야에서 몸을 푸는 ‘끝판대장’ 오승환(33·한신 타이거즈)을 향해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건장한 일본 남성이 손을 흔들었다. 몸을 풀던 오승환이 몸을 틀어 가볍게 모자를 벗고 고개를 숙이자, 그 남성팬은 어린아이처럼 팔짝팔짝 뛰며 다시 외쳤다. “오승환, 세이브!”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오승환은 끝판대장이다. 일본 진출 첫 해였던 지난 시즌 오승환은 일본 야구를 평정했다. 2승4패 39세이브, 평균자책점 1.76으로 센트럴리그 구원왕에 올랐다. 열성적이기로 유명한 간사이(關西) 지역의 한신팬들도 무표정하게 돌직구로 상대 타자들을 허수아비로 만드는 오승환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특히 영원한 라이벌로 꼽히는 요미우리에게 리그 우승은 내줬지만, 일본시리즈 진출이 걸린 클라이맥스시리즈에서 오승환이 적지인 도쿄돔에서 4연승을 거둘 때 모두 뒷문을 지킨 사실을 한신팬들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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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일본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에서 2015 일본 프로야구 . 오승환이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日 니시노미야)=천정환 기자 |
이제 오승환은 일본 2년 차 생활을 막 시작했다. 10일 현재까지 5경기에 등판해서 3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은 1.80이다. 기록만 봐서는 나쁘지 않지만, 실상 오승환은 만족스럽지 못하다.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오사카 교세라돔에서 열린 주니치 드래건스와의 개막 3연전에 모두 등판한 오승환은 불안했다. 첫 세이브를 신고한 29일 경기에서는 1실점하며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오승환 스스로도 “너무 안좋은 모습들을 많이 보여드렸다”며 아쉽기만 하다. 그러면서 “작년보다는 올해가 더 편하게 들어왔는데, 1년 해봤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매 경기 집중해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오승환은 “조금 생각을 잘못한 것 같다. 첫 세 경기를 치르고 나서 더 긴장하라는 의미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오승환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다. 한국에서부터 슬로우스타터로 유명했던 오승환이다. 지난해도 초반 좋지 않았다가 5월달 평균자책점 ‘0’을 기록하며 한국 이상의 페이스를 나타냈다. 오승환도 “지금 몸 상태는 100%다. 날씨가 더 따뜻해지면 지금보다 구위가 더 올라올 것이다”라며 “초반 안좋다고 해서 패턴을 바꾸기보다는 내 강점을 유지하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첫 세이브를 ‘조마조마’하게 거둔 뒤 점점 나아지고 있다. 1일 메이지진구구장에서 거둔 2세이브때도 피안타가 2개지만, 두 번째 안타는 실책성인 내야안타였다. 그리고 3일 도쿄돔에서 열린 요미우리전에서는 1이닝 퍼펙트 피칭을 하며 3세이브째를 기록했다. 오승환은 경기 후 “첫 삼자범퇴 게임이라는 게 기쁘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앞서 3경기 고전하고 나서 집중력 있게 한 경기, 한 경기 임한다는 것이다.
시즌 전 머리를 갈색으로 염색해 화제가 됐던 오승환은 “그냥 해 본 것이다”라며 웃었다. 오승환이 머리카락에 물을 들인 건 생애 처음이라고. 2년째 일본 생활이라 여러 부분에서 여유가 생긴 것은 사실이다. 일본 진출 후 초반에는 외로웠던 기억도 많지만, 지금은 한신 선수들이 가족과 마찬가지다. 특히 어린 투수들이 오승환에게 많은 것을 질문하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된 이와모토 아키라는 괌 자율캠프도 지원했을 정도. 이와모토는 몸만들기와 투구폼까지 오승환을 따라하고 있고, 오승환인 2세이브를 올린 1일 야쿠르트전에서 승리투수가 됐다. 오승환은 “내가 외국인 선수라, 선후배 관계에서 더 편하게 접하는 것 같다”며 “선수가 선수를 조언하는 것보다는 서로 시간날 때 야구얘기를 하면서 정보와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3세이브 후 오승환은 6일째 개점 휴업상태다. 팀이 5연패 수렁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오승환은 “팀분위기가 나쁘거나 그런 것은 없다. 모두들 열심히 했다”며 여유롭다. 여유롭다고 해서 열심히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언제든지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 오승환은 더 긴장하고. 더 열심히 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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