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출입을 5년 가까이 했지만 박석민과는 일면식도 없다. 기자가 현장을 떠난 뒤 박석민이 입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박석민의 열혈 팬이 됐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가 너무 사랑스럽다. 곧잘 하는 실수까지 귀여워 보이는 건 그를 향한 애정이 지나쳐서일까.
박석민은 3월 29일 대구 SK전서 1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 싶은 본 헤드 플레이를 했다. 앞선 주자를 추월해 횡사하면서 팀 득점까지 무산시켰다. 박석민은 자신을 ‘바보’라고 자학했다고 한다. ‘야구 천재’, ‘야구 대통령’, ‘야구의 신’이란 말은 귀청이 따갑도록 들었지만 ‘야구 바보’는 박석민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
박석민이 이런 자유분방한 행동을 하는 데는 다른 이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팀 선배가 박석민의 자세를 나무랐거나, 류중일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박석민의 ‘경박한 동작’을 고쳤더라면 지금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선수의 개성을 존중하고, 장점을 살려주는 삼성야구의 문화가 ‘괴짜’ 박석민을 만들었다.
신조 쓰요시라는 일본 야구선수가 있었다. 한신 타이거즈와 뉴욕 메츠 등에서 활약한 신조는 톡톡 튀는 패션과 엉뚱한 말로 일본 야구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야구에 관한 기록은 이치로에게 맡기고, 야구에 관한 기억은 나에게 맡겨라”라는 멋진 말을 남겼다.
박석민은 우리에게 많은 즐거움을 준다. 어설픈 실수로 한숨을 쉬게 만들 때도 있지만 심심찮게 터져 나오는 환상적인 수비와 핵폭풍처럼 거침없이 돌아가는 방망이는 보는 이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한다. 헛스윙 뒤 360도 팽이처럼 돌아가는 동작은 박석민을 상징하는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가끔 실수도 하고,
박석민은 ‘바보’가 아니다. 형식을 파괴하고 야구를 즐기면서 하는 몇 안 되는 선수. 실수에 주눅 들지 않고 웃어넘기는 여유. 박석민은 요즘 우리사회가 원하는 진정한 ‘천재’가 아닐까?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