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서프라이즈) 김재호 특파원] “야시엘 푸이그를 1번 타자로 내보내면서 공을 기다리라고 하면 될까요?”
시범경기 기간 도중, 추신수가 경기 후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남긴 말이다. ‘타순이 바뀐다고 선수가 바뀌지 않는다’는 말을 하기 위해 든 예시였다.
추신수는 평소에도 타순과 관련된 얘기가 나올 때마다 “어느 타순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일관된 답변을 내놨다. 이 말은 그의 일관된 대답에서 한 발 더 앞으로 나가 자신이 왜 타순에 집착하지 않는지를 더 자세히 설명해주는 말이었다.
1번을 치든, 9번을 치든, 추신수는 자신의 모습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그 생각은 스프링캠프가 막바지를 향해가는 1일(이하 한국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 2015시즌을 맞이하는 추신수는 어느 타순이든 자신의 강점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타순이 추신수를 바꾸지는 않는다
추신수가 텍사스 이적 이후 두 번째 스프링캠프를 마무리하고 있다. 2일 솔트 리버 필드에서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와의 원정경기를 끝으로 텍사스주 알링턴으로 이동한다. 이곳에서 뉴욕 메츠와 두 차례 시범경기를 하고나면 바로 시즌 개막이다.
추신수는 이번 스프링캠프 다양한 타순을 실험했다. 2번, 3번, 5번을 실험했고 1일 시카고 컵스전에서는 6번 타자로 등장했다. 팀이 레오니스 마틴이라는 새로운 1번 타자를 찾은 결과다.
정규 시즌에도 추신수의 타순은 많은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에 주로 소화한 2번, 3번, 혹은 5번이 그 자리다. 타순에 큰 의미가 없는 아메리칸리그라고 하지만, 중심 타선에 자리하면 1번보다는 타점을 기대하는 상황이 잦을 터.
추신수는 이와 관련된 질문에 “타순에 대해 특별히 생각한 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특별한 상황이 아니고는 내가 하던 그대로 할 것이다. 1번부터 8번까지 다 경험했지만, 타순에 대해서는 특별히 고민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같이) 6번 타자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공을 많이 보며 출루하고, 다음 타자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어디를 가나 내가 하는 것을 한다면, 그 자리에서 나름대로 생산력이 있을 것”이라며 타순이 자신을 바꾸는 일은 없다고 말을 이었다.
추신수의 가장 큰 장점은 탁월한 출루 능력이다. 10시즌을 뛰면서 통산 0.383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2013년에는 0.423의 출루율로 정점을 찍었다. 지금까지의 추신수를 있게 한 바탕이다. 추신수는 “감독도 타순이 바뀐다고 다른 주문을 하지는 않는다. ‘하던 대로 하라’고 말한다”며 어느 타선에 위치하든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시즌 추신수의 가장 큰 적은 부상이었다. 사진= MK스포츠 DB |
나이 걱정? 매일 뛸 수 있는 몸이다
2015년의 추신수를 얘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건강 문제다. 지난 시즌 그는 발목과 팔꿈치 부상으로 123경기에 출전하는데 그쳤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도 한때 팔 통증으로 주위를 불안하게 만들었지만,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처음 캠프를 시작할 때는 몸 상태, 컨디션이 최고였다. 의욕이 앞서 무리하다 보니 팔에 무리가 간 거 같은데 큰 게 아니라 다행”이라며 건강하게 캠프를 마무리한 것이 큰 수확이라고 전했다.
그의 부상을 걱정하는 목소리의 바탕에는 적지 않은 나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깔려 있다. 추신수는 미국식 나이로 오는 7월 33세가 된다. 로빈슨 카노(시애틀), 이안 킨슬러(디트로이트) 등 같은 연도에 태어나 여전히 활약 중인 선수들도 많지만, 그래디 사이즈모어처럼 잦은 부상으로 하락세에 접어든 경우도 적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아직 뛸 수 있는 몸 상태”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오프시즌 재활 기간 현지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5년 전 몸 상태로 돌아간 거 같다”는 말을 남겼던 그는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는 뜻이다. 체중이나 모든 것이 그때 몸 상태로 돌아간 거 같다”며 그말의 의미를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스프링캠프 기간 추신수를 취재한 야구 관계자와 취재진은 이구동성으로 “추신수의 몸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만큼 그는 좋은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 2013년은 추신수에게 가장 빛났던 시즌이자, 유일한 포스트시즌 경험을 한 해였다. 지금 그는 가을야구를 갈망하고 있다. 사진= MK스포츠 |
목표는 오직 하나, 우승 반지
추신수는 지난 2014년 텍사스와 7년 1억 3000만 달러에 계약했다. 흔히 말하는 ‘성공한 메이저리거’라 할 수 있다. 그런 그에게 부족한 것은 딱 두 가지. 올스타 출전과 포스트시즌 경험이다.
그는 “기회가 된다면 올스타도 해보고 싶지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우승”이라며 ‘가을 야구’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추신수의 포스트시즌 경험은 2013년, 신시내티 시절 딱 한 차례 있었다. 그것도 와일드카드 플레이오프에서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게 패하며 한 경기 만에 끝났다.
그런 그에게 텍사스는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팀일까. 그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기기 위해 이 팀에 온 것이다. 그리고 텍사스는 그것을 충분히 채워줄 수 있는 팀이다. 선수들 누구나 다 내 마음과 같을 것이다.”
지난 시즌 텍사스는 추신수를 비롯한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아메리칸리그 서부 지구 최하위에 머물렀다. 올해도 시작은 좋지 않다. 팀의 에이스인 다르빗슈 유가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복귀가 기대됐던 2루수 주릭슨 프로파도 당분간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그럼에도 그는 믿음을 잃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부상자는 지난해보다 적은 편’이라는 기자의 말에 동의한 그는 “누구를 데려와도 다르빗슈의 자리는 완벽히 채울 수 없겠지만, 누군가는 그를 대체할 것이다. 경쟁하면서 한 단계 더 성숙할 것이다. 그렇게 되는 팀이 좋은 팀이라 생각한다”며 텍사스가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될 기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이번 시즌 가장 피하고 싶은 것과 가장 하고 싶은 것을 꼽아달라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에서 그의 이번 시즌 확고한 목표 두 가지, 우승과 건강을 확인할 수 있었다.
“피하고 싶은 것은 큰 부상을 안 당하는 것이다. 마지막 경기까지 개막전 때 함께했던 선수들이 모두 함께했으면 좋겠다. 하고 싶은 것은 우승이다. 우승밖에 없다. 정말 하고 싶다.”
[편집=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주영 기자 / tmet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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