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한국시간) 열린 87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처음부터 뭉클했다. 사회자 닐 패트릭 해리스의 노래와 함께 할리우드를 수놓았던 명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오즈의 마법사’ 주제곡인 ‘Over The Rainbow’가 불려 지는가 싶더니 ‘원초적 본능’에서 샤론 스톤의 그 유명한 자세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할리우드 품격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 |
↑ OB 베어스(두산 베어스 전신) 원년 우승의 주역 박철순(왼쪽)과 김유동이 작년 7월 베어스파크 준공식에 참석해 옛 사진을 보며 추억에 잠겨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아카데미 시상식은 해마다 고전을 찾아 팬들에게 추억을 선사한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본 영화팬들은 자연스럽게 미국의 영화역사를 배운다.
아카데미 시상식과 한국야구를 비교하는 것이 적절할지 모르지만 과거를 되새겨 본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아본다. 요즘 젊은 야구팬 중에 이종도, 김유동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서영무 감독을 아는 이는 또 얼마나 될까. 할리우드가 ‘사운드 오브 뮤직’ 제작 50주년을 기념하는데 1965년 한국야구를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1965년 8월31일 제일은행 박현식은 한국전력전에서 비록 비공식 집계지만 한국야구 사상 최초로 개인통산 100호 홈런을 기록했다. 이는 한국야구의 홈런계보를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정표다. 10월5일은 광주 무등야구장이 처음 문을 연 날이다. 1970년대 초반 서서히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다 1970년대 중반 전국무대를 석권하기 시작한 광주야구를 만든 역사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 기념일이다.
한국에 야구가 상륙한 지 110년이 넘었고, 별표로 간직해야 할 날도, 인물도 적지 않다. 한국야구는 역사를 찾고, 기리는 데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지 묻고 싶다. 얼마 전 현장을 떠난 야구원로가 이런 말을 했다. “야구장에 가고 싶어도 앉을 자리
앞으로 50년이 지나고 100년이 지나도 박철순을 기억하고, 최동원을 그리워하는 야구팬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미국의 야구팬들이 지금도 루 게릭을 떠올리며 눈시울을 붉히고, 아직도 윌리 메이스를 보며 흥분하듯이.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dhkim@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