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울보’ 손흥민(레버쿠젠)이 또 울었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우승이 좌절되자 그라운드에 누워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의 눈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7개월 전 브라질에서 흘렸던 눈물과는 달랐지만, 그가 느낀 아쉬움과 미안함은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23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손흥민은 의미있는 골을 터뜨렸다. 생애 첫 월드컵 본선 첫 골이었다. 손흥민이 훗날 되돌아보며 꼽았던 2014년 가장 기뻤던 순간이다. 하지만 한국은 알제리에게 2-4로 참패했다.
↑ 손흥민이 2015 AFC 아시안컵 결승이 끝난 뒤 그라운드에 누워 아쉬워하고 있다. 김민우가 손흥민을 위로하고 있다. 사진(호주 시드니)=AFPBBNews=News1 |
지난 1월 31일 호주 시드니에서도 손흥민의 골이 터졌다. 후반 46분에 넣은 극적인 골이었다. 절망에 빠졌던 한국축구가 다시 일어섰다는 걸 보여주는 의미심장한 골이었다. 또한, 역대 아시안컵 결승에서 골을 기록한 두 번째 태극전사다. 1972년 대회의 박이천 이후 무려 43년 만이다. 355분의 기다림 끝에 나온 짜릿하고 의미있는 골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이번에도 호주에게 1-2로 패해 ‘No.1’이 되지 못했다.
손흥민은 “누가 골을 넣은 게 중요하지 않다. 결승 패배는 말로 표현 못할 정도로 아쉬움이 크다”라며 “누가 봐도 기쁨의 눈물은 아니었다. 아쉬움과 미안함이 컸다. 승부욕이 강해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손흥민은 2014년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브라질월드컵 16강 진출 실패를 들었다. 이제 1달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시안컵 결승은 그에게 2015년의 가장 아쉬웠던 순간일 것이다.
↑ 손흥민의 몸 상태는 최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는 최선을 다하는 플레이로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43년 만에 아시안컵 결승에서 골을 넣은 두 번째 태극전사가 됐다. 사진(호주 시드니)=AFPBBNews=News1 |
7개월 전처럼 아쉬움은 같았지만 차이는 컸다. 보다 가까이, 손에 닿을 듯 했던 아시안컵 우승트로피였다. 스스로 밝혔듯, 골 욕심 많고 승부욕이 강한 손흥민이다. 월드컵과 아시안컵에서 최상의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며 자책했던 그다. 시드니에서의 눈물 또한 손흥민을 채찍질하는 쓴 보약이 될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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