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로스앤젤레스) 김재호 특파원] 결국은 공격의 문제다. 롭 만프레드 신임 메이저리그 커미셔너의 발언으로 시작된 ‘시프트 논란’의 해답은 공격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만프레드는 메이저리그 커미셔너 공식 업무 첫날이었던 지난 26일(한국시간) ‘ESPN’과 가진 인터뷰에서 “경기에 공격적인 면을 더해야 한다”며 수비 시프트 금지를 가능한 예로 들었다.
그는 “내야 양 쪽에 위치한 수비수의 숫자를 나눌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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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시즌 다저스는 1-2루 사이에 네 명의 야수가 포진하는 극단적인 시프트를 선보였다. 사진= MK스포츠 |
여론을 접한 만프레드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FOX스포츠’와 가진 또 다른 인터뷰에서 “많은 타자들이 시프트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배우게 될 것이고, 그렇다면 굳이 변화를 줄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MLB.com’과의 인터뷰에서도 “발언의 본질은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있다면 말해보라’는 것이었다”며 시프트 금지는 한 가지 생각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가능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면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현명할 것”이라며 ‘공격력 강화’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면 개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메이저리그에 시프트가 도입된 것은 1920년대지만, 널리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에 들어서다. ‘빌 제임스 핸드북’에 따르면, 2010년 2464차례였던 수비 시프트가 지난 시즌 1만 3296차례로 대폭 증가했다.
여기에는 세이버 매트릭스의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 이전의 수비 시프트는 주로 좌타자를 상대하는 것이었지만, 지금은 좌우타자 가리지 않고 해당 선수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수비 형태가 나오고 있다.
시프트의 확대를 반대하는 이들은 공격력의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프랭크 렌 전 애틀란타 단장은 지난 2013년 프레디 곤잘레스 감독에게 “시프트 때문에 좋은 타자들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른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곤잘레스 감독도 “정보를 해부하고 이에 맞게 움직이는 것은 중요하지만, 지금 모습을 보며 프랭크의 말이 꼭 틀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부 동의했다.
가뜩이나 약물 거품이 빠진 이후 극심한 투고타저에 시달리고 있는 메이저리그가 더 공격적으로 침체된 리그가 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프로스포츠는 결국 흥행이다. 투타의 대결이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승부로 치우치는 것은 야구 흥행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것이 ‘투고타저’라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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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비 시프트의 가장 큰 희생자 중 한 명인 아드리안 곤잘레스는 이를 없애는 것은 농구의 지역방어를 금지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사진= MK스포츠 DB |
메이저리그의 또 다른 이슈인 ‘경기 속도 개선’과 마찬가지로, 수비 시프트에 대한 논란도 결국 공격력 강화, 더 나가서는 리그 흥행과 연관 지어 생각할 수밖에 없다. 만프레드 커미셔너가 ‘공격적인 면’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이저리그가 당장 ‘부정 수비’같은 제도를 도입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2015시즌에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시프트에 갇혀 신음한다면 만프레드 커미셔너도 상상 속에만 머물러 있던 일을 실행에 옮기려 할 것이다.
선수들과 감독들은 대부분 시프트에 대해 긍정적이다. 시프트의 가장 큰 피해자 중 한 명인 LA다저스의 1루수 아드리안 곤잘레스는 “수비가 어느 한 곳을 막는다면, 다른 곳에는 틈이 새기기 마련”이라며 시프트를 대처하는 법에 대해 말했다. 그는 “야구에서 시프트를 없애는 것은 야구의 독창성을 없애는 일이다. 농구나 풋볼에서 지역 수비를 하지 말라는 말과 똑같다”고
테리 프랑코나 클리블랜드 감독도 “야구는 적응의 게임이다. 공격이 시프트에 맞서 어떻게 대응할지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시나리오는 시프트에 맞서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새로운 공격 방식을 찾는 것이다. 이는 야구의 또 다른 발전을 가져올 것이다.
[greatnemo@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