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피오리아) 서민교 기자] “성격이 달라 더 잘 맞아요.”
왜 이제야 만났을까. 두산 베어스에서 좌완 듀오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장원준(30)과 유희관(29)이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환상의 콤비를 과시했다.
이런 단짝이 없다. 나이는 한 살 차이인데 꼭 친구 같다. 오히려 유희관이 형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긴다. 유희관은 “원준이 형은 ‘신삥’이니까 제가 챙겨야죠”라며 마냥 싱글벙글이다. 장원준도 미소만 머금은 채 싫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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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산 베어스 좌완 듀오 장원준과 유희관이 미국 애리조나주 피오리아에 있는 두산 스프링캠프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
프로 10년을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만 입었던 장원준에게는 낯선 두산. 평소 말이 없는 과묵한 성격의 장원준 옆을 지키는 유쾌한 유희관은 파트너로 제격이다.
둘의 인연은 2007년부터였다. 장원준이 롯데 시절 유희관은 중앙대 소속으로 야구월드컵에서 만났다. 둘은 “그때부터 친해졌다”고 입을 모은다. 이후 다른 팀에서 뛰었지만, 친분은 이어왔다. 그러다 드디어 한솥밥을 먹게 된 것.
그런데도 유희관은 심술이 가득하다. “왜 원준이 형이랑 같이 인터뷰를 시켜서 나를 묻히게 만드냐”며 하소연을 늘어놓기 일쑤다. 장원준은 옆에서 그런 유희관을 보며 웃고만 있다.
유희관은 “내가 가이드다. 시너지 효과를 위해 같이 붙어 다니고 있다. 원준이 형이 돈이 많으니까 밥도 많이 사줄 거라 기대하고 있다”고 슬쩍 쳐다본다. “돈이 많으니까”를 또 반복하며 자꾸 놀린다.
하지만 장원준은 진지하기만 하다. “희관이와 항상 함께 훈련을 하고 있는데 편하다. 캐치볼과 펑고도 같은 조다. 캐치볼을 하면서 희관이한테 많이 물어보는 편이다. 팔이 벌어졌는지, 회전이 다른지 등 폼에 대한 것을 물어본다. 희관이한테 제구력을 배우려고 하고 있다.” 올 시즌 사구를 줄이는 것이 목표인 장원준다운 답변이다.
조용하던 장원준이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아직까지 장원준만 물어본다는 것. 그러자 유희관이 항변했다. “아직 피칭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야구 얘기보단 사적인 얘기를 많이 하고 있다. 알아 가는 단계니까. 형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한 투수다. 나중에 경기에 들어가면 마운드 운영 등 배울 것이 많다.” 느긋한 느림의 미학이다.
농담을 쏟아내던 유희관도 장원준의 눈치를 살짝 보기 시작했다. 유희관은 “원준이 형은 말이 별로 없다. 난 말이 많은 스타일”이라며 “내가 차분함이 필요할 때가 있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스타일이라서 오히려 더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유희관은 “형이 들어오면서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동기부여가 많이 된다. 잘했으니까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이라면서 “또 이렇게 말하면 팬들은 ‘당장 올해나 잘하라’고 할 거다. 올 시즌부터 잘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둘은 티격태격 하다가도 한 목소리를 낸 것이 있다. 올 시즌 목표. 둘은 “더 낮고 더 정확한 제구를 해야 한다. 더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잠깐 진지했던 유희관이 장원준을 향해 한 마디 더했다. “그런데 형은 몸값을 하려면 도대체 몇 승을 해야 돼? 30승을 해도 부족할 것 같은데?” 장원준은 또 아무 말 없이 미소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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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못 말리는 유희관의 포즈 본능. 사진(美 피오리아)=옥영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