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적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약자에게 횡포를 부리는 것을 ‘갑질’이라고 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촉발된 가진 자의 ‘갑질 행태’는 우리나라 사회 전반에 걸쳐 퍼져있다.
22일 KT의 임금 미지급 사태에서 드러난 프로야구판의 악성 ‘갑’ ‘을’ 관계도 오래전부터 뿌리 깊이 박혀 있다. KT는 지난 해 초 계약한 19명의 선수를 중도 해고하면서 잔여 임금을 지불하지 않았다. 이들은 모두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등록된 신고 선수들이다. 다시 말해 KBO의 통일계약서 규정에 따라 계약을 한 선수들이다. 프로야구 통일계약서에는 당 해 년도 2월부터 11월까지 선수 계약 기간이 명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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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판에서도 "갑질 행태"가 자행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
프로야구 선수들은 1999년 FA 제도가 생기기 이전까지 자의에 의해서 소속팀을 옮길 수 없었다. 다른 팀에 가면 분명 주전으로 뛸 수 있어도 소속팀에서 트레이드나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주지 않으면 달리 방도가 없었다. 선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구단은 고압적인 분위기에서 연봉협상을 벌인다. FA제도가 생긴 뒤 선수의 권익이 많이 신장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도 몇몇 ‘슈퍼 을’ 급 선수를 빼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
프로야구 연봉조정신청은 대표적인 ‘갑질’로 꼽힌다. 연봉조정신청이란 선수와 구단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해 KBO에 조정을 맡기는 것으로 KBO는 구단과 선수의 의견 중 하나를 선택하여야 한다. 지난 해까지 96차례의 연봉조정신청 중 선수가 이긴 것은 2002년 LG 유격수 유지현이 유일하다. 2010년 타격 7관왕 이대호는 연봉조정신청에서 7억 원을 내세웠지만 KBO는 6억3000만 원을 제시한 롯데 구단의 손을 들어줬다. 이대호가 이때부터 롯데와 한국 프로야구에서 마음을 접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지방의 모 구단은 상품을 주문제작하면서 하청업체로부터 라이선스 비용을 50%나 받아낸다고 한다. 어디 이 구단뿐이겠는가. 대기업의 탈을 쓴 프로야구 구단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갑질’을 서슴지 않는다.
넥센은 재정이 열악하다는 이유로 목동 홈구장을 광고판으로
지금도 프로야구판의 수직적 관계는 어디선가 계속 이뤄지고 있다.
[매경닷컴 MK스포츠 편집국장 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