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美 괌) 김원익 기자] 빡빡한 스케줄에 따라 진행되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1차 전지훈련 캠프 도중 난데없이 가위바위보 대결이 벌어졌다. 사뭇 진지한 혈투였다. 가장 힘든 트레이닝을 선수들이 즐겁게 소화하길 바라는 코칭스태프들의 노력이 그 배경이었다.
삼성은 16일 새벽 괌 현지에 도착한 이후 숙소인 레오팔레스 리조트 내 훈련장서 1차 캠프를 시작했다. 오전 9시부터 진행되는 공식 훈련은 오후 런닝훈련으로 절정을 이룬다. 런닝 이외에도 본격적인 전술 훈련을 하기 이전 사전 단계의 트레이닝 프로그램들은 모든 선수들이 녹초가 될 정도로 강도가 높다.
↑ 이승엽(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가위을 내 보를 펼친 박석민을 이긴 뒤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괌)=김원익 기자 |
하지만 내용만큼은 살벌했다. 지그재그로 놓여 진 장애물을 피해 이동하면서 전력으로 질주하는 런닝 프로그램이 그 중 하나. 장애물을 밟지 않으면서 약 70~80m 정도의 거리를 빠른 속도로 통과해야 한다. 거기에 촘촘하게 놓여진 장애물을 지나는 훈련 코스도 있었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기후에서 왕복으로 이 훈련을 몇 세트 반복하고 나면 저절로 녹초가 될 정도. 코치들은 숨이 턱밑까지 차오를 정도로 선수들을 몰아붙였다.
몸을 낮춰 사이드스탭을 밟으면서 20m를 왕복으로 3세트씩 움직이는 훈련은 눈으로 보는 것보다 체감 고통이 상당했다. 같은 훈련을 수없이 했던 야수조의 이승엽, 박한이, 최형우, 강봉규 등의 베테랑들도 한 번 왕복한 이후 숨을 가쁘게 몰아쉬었다. 신예들도 마찬가지. 젊은 피도 이 훈련의 고통은 예외가 아니었다.
앞으로 약 20m를 질주했다가 다시 10m를 뒷걸음질을 치고 쉬지 않고 다시 질주와 뒷걸음질을 반복하는 트레이닝 프로그램을 마칠 때 쯤 제대로 서 있는 선수들이 없을 정도였다.
↑ 양일환 투수코치(왼쪽에서 두번째)와 안지만이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괌)=김원익 기자 |
과정은 이랬다. 양 코치가 장애물 피해 달리기의 출발점에 서서 선수들과 한 명씩 가위바위보를 하면 패한 선수는 곧바로 출발을 하고, 이긴 선수는 우측으로 빠져 휴식을 했다. 사전 훈련들을 소화하면서 녹초가 된 선수들의 열기는 사뭇 진지했다. 대결이 시작되기 전 자신만만했던 양 코치는 호언장담대로 총 18명 정도의 선수 중 11명의 선수들을 달리게 만들며, 높은 승률을 자랑했다. 이긴 선수들 사이에서는 환호가 쏟아졌고, 진 선수들은 절규하며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조마조마하게 대결을 지켜보던 선수들도 승패에 따라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고 좌절했다.
이어 권오원 트레이닝 코치도 트레이닝의 막바지 세트 쯤에 선수들 간의 대결을 제안했다. 바로 잔인한 1대1 단두대 매치. 이번에도 승자는 추가 마지막 세트 훈련을 소화했고 승자는 느긋하게 앉아서 스트레칭을 했다. 권 코치는 훈련을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이번에는 자신과 선수들간의 대결도 제안했다. 선수들이 흔쾌히 받아들인 것은 당연지사였다.
↑ 사진(괌)=김원익 기자 |
훈련 종료 후 만난 권 코치는 “가위바위보를 했던 이유는 이런 트레이닝이 아무래도 가장 힘든 운동이기 때문”이라며 “류중일 감독님께서 선수들이 힘들 때 심적으로 재밌고 지루하지 않게 하는 운동을 많이 주문하신다. 충분히 고생을 하고 있는 선수들인 만큼 단순히 달리기만 하기보다 여러 프로그램들을 통해 흥미를 계속 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코치를 비롯한 많은 코치들이 항상 신경쓰고 있는 부분. 김용국 수비 코치 역시 힘든 펑고 훈련등을 소화할 때 선수단의 기를 북돋워 주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며 농담도 아끼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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