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KT 위즈의 박세웅(20)은 올 시즌 시작에 앞서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투수다. 조범현 감독은 “작년 퓨처스리그를 치르면서 많이 성장했다. 올 시즌 기대할 만하다”고 말하며 정명원 투수코치 역시 “1년 동안 적응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대치가 가장 높은 선수다. 가장 앞서가는 선수이자, 해줘야 하는 선수”라고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그의 성적이 곧 KT의 1군 성적이 되지 않을까. 팀에서 가장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유망주 박세웅을 스프링캠프 출국 전인 지난 14일 수원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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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웅에 대해 감독, 코치, 구단 관계자 모두가 입을 모아 가장 기대되는 투수라고 칭찬한다. 이제 박세웅은 지난 시즌 경험한 첫 프로생활을 바탕으로 KT 위즈의 마운드를 빛내려 한다. 사진=강윤지 기자 |
박세웅은 지난 2013년 7월 열린 2014 신인 드래프트서 1차 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게 됐다. 당시 박세웅은 무덤덤했단다. 박세웅은 “뽑혔다는 것을 기사로 처음 접했다. 기사로 봐서 그런지 ‘아 그냥 뽑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렇게 합류하게 된 프로무대, 그리고 KT. 적응은 쉬웠다. “동기들도 있고 선배들도 다들 잘해줘 무리 없이 팀에 녹아들 수 있었다.”
빠른 적응 덕분이었을까. 박세웅은 프로 첫 해인 지난 2014시즌 퓨처스리그서 9승(3패)을 올리며 북부리그 다승왕에 올랐다. 로테이션에서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최다이닝(118이닝)을 소화했으며 최다 탈삼진 1위(123개), 평균자책점 4위(4.12)에 랭크되는 등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박세웅은 “1년 동안 프로생활을 하면서 많이 발전된 것도 있었고, 아쉬운 점도 많았다”고 스스로를 돌아봤다. 가장 발전한 점은 ‘완급조절’이다. 박세웅은 “감독님이 미국에서부터 완급조절을 강조하셨다. 시즌 초반에는 미숙했는데 뒤로 갈수록 조금씩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반면에 숙제도 얻었다. 경기마다 두드러졌던 기복을 줄이는 것이 1군에서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구속도 좋을 때는 140후반에서 150 정도가 계속 나왔지만 한 시즌을 뛰어보니 많은 차이가 났다고 한다. “아마추어 때와는 달리 초반에 힘이 있을 때와 날이 더워지면서 체력이 떨어질 때 때 차이가 많이 났다. 한 시즌을 치러봤으니까 앞으로는 그걸 경험으로 삼아 좀 더 나은 시즌을 보내려고 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박세웅에게 2014시즌은 자신감을 얻은 한 해이기도 했다. “성적도 나름 괜찮았던 것 같고 상도 많이 받게 됐고, 시즌 끝나고 1군 선수들이랑 경기도 해보면서 많은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다른 사람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
비시즌 기간 박세웅은 모교인 대구 경북고등학교에서 개인적으로 훈련을 소화했다. 박세웅의 훈련을 옆에서 함께 해준 이는 동생 박세진(18). 동생 역시 형의 뒤를 이어 경북고등학교에서 ‘에이스’로 활약하고 있다. 박세웅은 “이번에 봤는데 조금 좋아진 것 같다”고 흐뭇해하면서 “주변에서는 동생과 한 팀에서 야구 하는 것도 좋겠다고 말씀하시는데 동생은 다른 팀에 들어가서 나와 붙어보고 싶다고 한다”며 웃는다.
스프링캠프에 들어가는 각오는 다부지다. 캠프에 대해 “힘들 시기고, 힘들어 해야 될 시기”라고 정의 내린다. “힘든 건 어쩔 수 없다. 그래도 시즌 들어가면 힘든 건 많이 줄어드니까, 또 운동은 힘들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한다.
캠프에 대해서는 이미 나름대로의 계획도 확실하게 세워뒀다. “중도하차 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거기 가서는 단점을 보완한다기보다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운동을 할 것이다.”
착실하게 새 시즌을 준비해온 덕분인지 시즌에 대한 기대도 크다. 1군 첫 경기에 대해서도 많은 기대를 품고 있다. 경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도 가끔 생각하고 있단다. “1군 선수들을 상대로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겪어보면 재밌는 일도 많을 것 같고 기대되는 점이 많다.”
여러 번 밝혔듯이 가장 상대해보고 싶은 타자는 박병호(넥센). “한국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니까 붙어보고 싶다. 자신이 있다 없다보다는 이기든 지든 붙어보고 싶은 상대”라고 설명한다.
박세웅의 올 시즌 목표는 선발로 자리 잡는 것이다. “성적에 대한 목표는 아직은 안 가지고 있다. 다만 로테이션 자리 잡으면 한 시즌 동안 부상 입지 않고, 그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꾸준히 경기에 나서는 것이 목표다.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있었다는 건 그만큼 잘 던졌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 목표를 지키면 성적은 따라올 것 같다고 생각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처럼 박세웅에게도 KT는 ‘기회의 땅’이다. 조금 다른 의미지만 말이다. “정명원 코치님과 전병호 코치님은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이름만 들어도 아는 분들이고 배울 점도 많은 분들이다”며 좋은 투수로 성장하는 데 좋은 코치들을 만나 행운이라고 이야기한다. “코치님들께 게임을 풀어나가는 방법, 투구 밸런스, 자세, 볼 배합 등 자세한 이야기들을 많이 듣는다. 나는 야구하면서 항상 코치님, 감독님 복은 많이 타고났던 것 같다. 많이 배워서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런 박세웅이 생각하는 ‘좋은 투수’란 어떤 투수일까. 그의 롤모델은 고등학교 선배이자 ‘우완 트로이카’의 한 축이었던 배영수(한화)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자신의 공을 던지는 점,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꼭 배우고 싶단다. “모든 야구선수가 꿈꾸는 게 작게는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 거고, 크게는 큰 무대로 나가는 건데 나는 그런 것보다는 내가 누군가를 롤모델로 삼았듯이 누가 나를 롤모델로 삼게끔 하는 게 야구 인생의 목표다.”
한창 성장 중인 박세웅에게 마지막으로 10년 후에는 어떤 투수가 되어있고 싶은지를 물었다. “아직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좋게 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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