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원주 동부 김주성(36)이 프로농구 역대 개인 통산 리바운드 단독 2위에 올라섰다. 조니 맥도웰을 넘어선 역사적인 현장. 그러나 원정 구단의 훈훈한 축하 행사도 즐길 줄 모르는 선수들 때문에 초라하게 끝났다.
김주성은 지난 6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서 1쿼터 종료 1분6초 전 박지현의 불발된 3점슛을 공격리바운드로 잡아내 정규리그 개인 통산 3830리바운드 대기록을 작성했다.
↑ 3,830개로 KBL 역대 개인 통산 리바운드 2위에 오른 원주 동부 김주성이 고개를 숙인 채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김주성에 대한 한국농구연맹(KBL) 차원의 시상은 없다. 역대 2위라는 상징성의 의미는 있으나 수치적으로는 시상을 하기 애매하다. 4000리바운드 돌파도 아니고 역대 1위 신기록도 아니다.
그러나 전자랜드는 원정 구단 선수의 대기록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주성이 기록을 세운 공인구에 사인을 하고 공을 교체했고, 전자랜드 홈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김주성을 축하했다.
하프타임에는 축하 행사도 마련했다. 함석훈 장내 아나운서가 직접 김주성을 코트 중앙으로 불러 인터뷰를 진행했고,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이 꽃다발과 기록적인 공인구를 직접 전달하며 축하했다. 김영만 동부 감독도 김주성을 축하하며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김주성도 “홈코트가 아닌 어웨이 코트에서 축하를 받게 됐다. 인천 팬들에게 감사드린다”며 “한 게임 한 게임 최선을 다해 뛰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 다치는 한이 있더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화답했다.
김영만 감독도 “전자랜드 구단에 고맙다. 프로 선수들이 의미 있는 기록을 했을 때는 모두가 축하를 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문화이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딱 여기까지였다. 김주성이 역사적인 기록으로 축하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코트는 분주했다. 양 팀 선수들은 후반전을 위해 몸을 풀며 각자의 코트에서 슈팅 연습을 했다. 누구도 김주성을 축하하는 선수는 없었다. 김주성이 축하 행사를 마친 뒤에서야 동부 선수들 몇 명만 악수를 나누며 축하를 건넬 뿐이었다. 그리고 다시 슈팅 연습에 전념했다. 김주성도 감동을 더 느낄 겨를도 없이 어색하게 슈팅 연습을 했다.
3분도 채 안 되는 짧은 대기록 기념 축하 행사. 슈팅 연습이 그렇게 중요했을까. 양 팀 선수들이 김주성을 둘러싸고 도열해 박수로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는 여유가 그토록 힘든 일이었을까. 김주성은 곧 미래의 자신들의 모습이다. 선수들 스스로 가치를
양 팀은 후반에만 3점슛 22개를 시도해 11개를 성공시켜 3점슛 성공률 50%를 기록했다. 올 시즌 후반전 3점슛 성공률 공동 13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치였다. 그러나 선배이자 동료의 역사적인 대기록을 맞바꾼 수치로는 높아 보이지 않았다. 김주성의 대기록에 대한 예우는 50%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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