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모의고사는 끝났다. 이제부터는 본고사다. 55년 만에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되찾겠다는 꿈을 펼칠 때다.
오만과 아시안컵 조별리그 첫 경기까지 나흘 남았다. 더 이상 실험은 의미가 없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우승까지 큰 그림을 그렸다고 했다. 최적의 조합으로 최고의 경기력을 펼쳐 이기고 또 이겨야 한다.
우승으로 가는 길에 필요한 건 승리다. 내리 여섯 번을 이기기만 하면 우승트로피를 차지할 수 있다.
이기기 위해서는 골이 필요하다. 외신은 한국의 약점으로 공격을 꼬집고 있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이 빠진 공격진은 날카로움이 떨어지는 게 사실. 그렇지만 슈틸리케호에서 승리를 위해 더욱 중요한 건 공격이 아닌 수비다.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래 아시아와 세 번의 평가전을 치렀다. 성적은 2승 1패, 그리고 3득점 1실점이었다. 그 1실점도 슈틸리케 감독이 “오심이다”라며 분개했던 골이었다. 논란의 여지가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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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아시아와 세 번의 평가전을 치러 1실점을 했다. 그러나 짠물수비와는 거리가 멀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수비진의 실수가 반복됐다. 위험 지역에서 볼 처리가 불안하면서 실점 위기를 초래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만 해도, 전반 6분과 전반 10분 ‘킥 미스’로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다. 전반 26분 나와프 알 아비드(알 힐랄)의 오버헤드킥도 김주영(상하이 둥야)의 헤딩 처리가 애매하면서 나왔다.
한국이 실점이 적은 건 수비진의 단단함보다 골키퍼의 선방, 그리고 상대 공격진의 마무리 부족 때문이다. 김진현(세레소 오사카)과 김승규(울산)는 사우디아라비아전에서 동물적인 반사 신경으로 결정적인 슈팅을 하나씩 막았다.
요르단전과 이란전, 사우디아라비아전을 살펴봐도, 상대 공격수의 골 결정력 부족 탓에 안도의 한숨을 쉰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경기를 지배한 전반 45분 동안 1골만 넣었어도 경기 양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주전이 확정되지 않은 수비진이다. 매 경기 얼굴이 바뀌고 있다. 왼쪽 수비는 김진수(호펜하임)와 박주호(마인츠)의 경쟁으로 뜨거워졌고, 중앙 수비도 아직 주인을 정하지 못했다. 사우디아라비아전에 결장한 베테랑 차두리(서울)와 곽태휘(알 힐랄)가 뛰면 보다 안정감을 불어넣을 수 있겠으나 말 그대로 ‘철벽’이 돼야 한다.
물론, 실점이 많아도 득점을 많이 하면 됐다. 지난 대회에서 한국은 6경기에서 7실점을 하고도 3위에 올랐다. 준결승에서 일본에 승부차기로 분패했을 뿐이다. 7실점에도 그보다 많은 골(13골)을 넣으며 한 계단씩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 이번 대회에 나서는 한국의 득점력은 4년 전과 비교해 매우 떨어진다. 한국은 슈틸리케호 출범 이후 아시아와 세 번의 평가전에서 3골에 그쳤다. 지난 2012년 9월 이후 아시아축구연맹(AFC) 가맹국과 대결에서 경기당 평균 1득점(13경기 10득점)에도 못 미쳤다.
공격력이 떨어지면 수비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 한국이 2007년 대회에서 3위에 오를 수 있었던 건 수비 덕분이었다. 한국은 고작 3골을 넣는데 그쳤다.
8년 전과 다르지 않은 슈틸리케호다. 우승을 위해선 수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축구계 속언이 있다. 뒷문부터 단단히 해야 우승을 바라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수비로는 곤란하다. 행운이 언제까지 따라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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