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KT 위즈 김사연(27)은 지난 해 퓨처스리그 북부리그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친 타자다. KT의 리드오프로 나서 홈런 1위(23개), 타율 2위(0.371), 타점 2위(72타점), 장타율 1위(0.674), 득점 1위(94득점), 도루 1위(37개) 등 빛나는 성과를 거뒀다.
김사연은 최근 서서히 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발가락이 좋지 않아 시술을 하는 바람에 쉬는 기간이 길어져 걱정이 앞서지만 기초체력부터 천천히 쌓아가며 새 시즌을 기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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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사연은 욕심 많은 선수다. 지금까지의 기록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말은 이제껏 해왔던 것보다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다. 사진=강윤지 기자 |
조범현 KT 감독은 야수에서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김사연을 꼽는다. 조 감독은 “야수 중에는 김사연이 퓨처스리그에서 드러나게 성적이 좋았다”며 “힘이라든가 발이라든가 좋은 것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 내년 1군에서의 활약을 기대하고 있다”고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조 감독의 ‘기대주’라는 말에 김사연은 손사래를 친다. “감독님이 저를요? 에이,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라며 멋쩍게 웃는다. 그리고는 “퓨처스리그는 말 그대로 퓨처스리그일 뿐이잖아요”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김사연은 이제까지 해왔던 것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냉정하게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한 각오를 다지고 있다.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생각한다. 나도 기량이 떨어지니까 있었던 것이지만, 퓨처스리그는 상대적으로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있는 곳이다. 실수도 많이 나왔지만 기록 면에서도 그렇고 그런 점이 많이 감싸 안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렇게 큰 의미를 두고 싶지는 않다.”
그에게 지금까지의 야구는 준비 단계였을 뿐이다. 보여줄 것도 많고 보여줘야 할 것도 많은 시기라고 생각하고 있다. “예전에 야구 인생에서 얼마나 왔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며 “당시에도 이제 워밍업이 끝났다고 답했다. 아직 정해진 것도 없고, 이제 1군에 가는 것일 뿐이다. 2014시즌 1년 바싹 잘한 것이고 내년에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2014시즌 좋았던 점은 스스로 세웠던 목표를 달성한 부분이다. 김사연은 “타격코치님과 2014시즌 목표한 게 딱 한 가지가 있었다. 2013시즌 기록이 삼진은 60여개, 볼넷은 10여개로 되게 공격적이었다. 그래서 볼넷과 삼진의 비율을 바꾸기로 했다. 2014년에는 그거 한 가지 신경을 쓰고 했는데, 성공하기는 했다.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바꾸는 것은 성공을 했기 때문에(2014시즌 37볼넷 35삼진을 기록했다) 만족스럽다. 다른 기록 면에서는 그렇게 크게 신경 쓴 것은 없다”고 말한다.
반면 아쉬운 점은 수비다. 김사연은 KT로 팀을 옮기기 전까지 내야수로 활약했다. 외야수로 첫 시즌을 보내다 보니 스스로도 부족한 점이 마음에 걸린다. “내야수 출신이다 보니까 외야 경험도 많지 않고 투수들 못 도와준 것도 많고, 그래서 수비 쪽에서 좀 많이 아쉬웠다”고 부족했던 수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부족한 점은 스프링캠프에서 적극적으로 보완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지옥훈련’도 무섭지 않다.
“듣기로는 방망이 치는 데 나가서 타구를 보는 게 제일 좋다고 하는데 올해는 그런 여건이 많이 안 됐다”며 “그래서 스프링캠프 가서나 내년 시즌 치르면서도 많이 연습할 생각이다. 일단 스프링캠프에서는 김민재 수비코치님께 펑고를 많이 쳐달라고 할 것이다. 그래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라며 독하다는 KT표 지옥훈련을 자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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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사연 많은 남자’가 되고 싶은 김사연. 기대주 김사연의 2015시즌은 어떤 사연들로 채워질까. 사진=강윤지 기자 |
‘사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그에게는 사연이 참 많다. 이름의 한자는 선비 사(士), 못 연(淵) 자를 쓰지만 왠지 그런 한자 풀이보다는 ‘사연(事緣)’이라는 단어를 따라가는 것만 같다. 김사연은 2007년 한화 이글스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2010년 군 복무 도중 방출됐다. 전역 후 2013년에는 넥센 히어로즈에 다시 신고선수로 입단했으나 시즌 후 2차 드래프트에서 KT의 지명을 받았다. 지금까지 야구 인생에서는 좋지 않은 사연들이 대부분이었다.
김사연은 “내가 생각해도 사연이 정말 많았다. 닉네임도 ‘사연 많은 남자’로 바꾸려고 한다”고 웃었다. “방출되면서는 야구를 놓으려고 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야구를 오래 했지만 프로에 와서는 계속 2군에만 있었으니까. 군대에 있을 때 방출됐다는 소리를 들어서 ‘내 길이 아닌가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야구를 다시 잡고 도전하고 있더라. 물론 다시 도전하는 게 쉽지는 않았다”고 지난날의 사연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하지만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있는 지금은 다르다. “지금은 즐겁다. 나중에 성공하고 나서 인생을 돌아보면 즐거운 사연들이 많이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럴까. 원하는 수식어 역시 이제는 다소 진부해진 ‘사연 많은 남자’다. “앞으로 좋은 사연을 만들고 싶다. 지금까지는 나쁜 사연이었지만 이제 좋은 사연을 만들면 되니까.”
▲기다리던 2015시즌, 그리고 ‘경쟁자’의 등장
김사연의 2015시즌 목표는 ‘1군에 따라다니는 것’이다. 감독이 꼽은 기대주인데다가 지난 해 퓨처스리그에서 맹활약한 선수 치고는 소박한 목표 아닐까. 하지만 김사연은 “이번에 (선수들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나. 또 생각지도 못한 외야수가 너무 많이 들어와 가지고 그냥 1군 따라다니는 게 목표다”라며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본다.
KT는 특별지명을 통해 KIA 타이거즈에서 외야수 이대형(32)을 영입했다. 이대형의 영입은 생각지도 못했던 ‘대박’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김사연에게는 위기다. 1번타자에 중견수, 김사연의 포지션과 완전하게 겹치기 때문이다. 김사연은 “그날(이대형이 영입된 날) 졌다. 어떻게 이기나. 노하우, 경험 면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나보다 10년을 먼저 한 선수다”라고 말한다. 이대형은 2003년 LG 트윈스 소속으로 1군 데뷔했으니 김사연은 올 시즌 1군 무대를 밟는다면 정확히 12년만큼의 차이다.
김사연은 “나보다는 대형 선배가 1번타자로 많이 나가지 않을까 싶다. 욕심 같아서는 내가 하고 싶지만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는다. 사람들도 옆에서 “이대형 왔으니까 졌다”고들 한다. 맞는 말이긴 한데, 솔직히 속으로는 많이 아쉽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신생 팀의 1번타자, 많이 매력적인 자리다. “퓨처스리그 첫 경기에 톱타자로 나섰고, KT 위즈 첫 경기 톱타자도 될 수 있었는데... 대형 선배는 ‘국민1번타자’이지 않나. 노하우나 경험 같은 면에서 내가 많이 떨어지니까, 마음이 아프다.”
포지션은 앞으로 경쟁을 통해 결정되겠지만 경쟁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대형에게 이미 ‘잃은 것’이 하나 있다. 얼마 전까지 달고 있던 등 번호 53번을 이대형에게 양도한 것. “전화가 왔더라, 부탁한다고. 선배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는 이대형이지만 굳이 이대형으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경쟁자들은 참 많다. 그는 “어떻게든 이겨야 된다. 여기 있는 사람들 다 이겨야 내가 산다”고 의지를 불태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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