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아시안게임과 아시안컵은 한국축구의 한이 맺힌 대회다. 오랫동안 우승과 거리가 멀었다. 아시아의 맹주라고 자처하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지독한 징크스 하나는 깼다. 이광종호가 지난 9월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28년 만에 금메달을 수확했다. 여세를 몰아 슈틸리케호도 내년 1월 호주에서 개최하는 아시안컵에서 55년 만에 우승트로피를 들기를 바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아시안컵은 내년 1월 9일 개막한다. 3주도 채 남지 않았다. 23명의 태극전사를 선발한 한국도 오는 27일 호주 시드니로 떠난다. 대회가 임박할수록, 그리고 대회 초반 승승장구할수록 그 기대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런데 쉽지 않다. 반세기 넘게 우승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시안컵은 난이도 ‘최상’의 대회다. 최순호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발언처럼, 한국축구는 과거 아시안컵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그 가치가 퇴색됐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총력을 쏟았음에도 번번이 좌절했다. 결승 진출조차 못했다.
↑ 슈틸리케 감독은 말을 툭툭 쉽게 던지지 않는다. 아시안컵 우승이라는 단도직입적인 발언도 하지 않았다. 설레발이 없다. 진지한 자세로 자만하지 않고 철저하고 최선을 다해 준비할 따름이다. 사진=MK스포츠 DB |
그 ‘현실’을 직시하고 있는 슈틸리케호다. 막무가내로 장밋빛 미래를 그리지 않는다. 물론, 꿈꾸는 건 ‘우승’이다. 하지만 그 길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며, 정상을 밟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우승이라는 목표는 한국을 비롯해 본선에 오른 16개국이 모두 꿈꾸고 있다. 자신감이 없는 게 아니다. 몸으로 부딪혀 체험한 경험이 말해주는 것으로 다들 진지하다. 시쳇말로 설레발이 없다.
으레 메이저대회를 앞두고 다소 ‘뻔한’ 출사표가 이어졌다. 월드컵 16강, 올림픽 메달, 아시안컵 우승 등을 목표로 하나 너무 ‘쉽게’ 말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감이 넘칠 수도 있지만 가벼워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슈틸리케호는 이번 아시안컵에 임하는 각오가 이전과 다르다. ‘무조건’ 가능한 건 없다는 것이다. “목표는 무조건 우승이다”라는 멘트도 없다. 꽤 신중하다.
슈틸리케 감독은 “내가 뭔가 멋지고 호기로운 말을 하기 바라겠지만, 세계최강이 항상 이기고 우승하는 게 아니다. 아시안컵 우승은 보장되지 않았다. (우승하겠다고 약속하지 못하겠지만)우승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은 분명 약속한다”라고 말했다. 다소 밋밋할 수 있지만 현실적인 출사표다.
선수들도 다르지 않다. 아시아의 맹주 자리를 되찾고 싶고 그렇기 위해 노력하나, 내뱉는 멀처럼 쉽게 우승할 수는 없다고 했다. 말 그대로 말을 막 던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손흥민(레버쿠젠)
자신없다는 게 아니다. 자만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여유와 방심은 잊었다. 또한, 너무 과하지도 않다. 가볍지 않기에 더욱 믿음직한 준비 자세, 그리고 준비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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