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2일 발표된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띈 건 ‘신데렐라’ 이정협(상주)이었다. 그 다음으로 놀라운 건 이명주(알 아인)였다. 슈틸리케호에서 입지가 좁아지는가 싶었던 이명주가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명주는 올해 ‘불운’의 아이콘이었다. 시즌 초반 K리그 클래식에서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5골 9도움)를 기록하며 역사를 싹 갈아치웠다. 엄청난 페이스였다. 그러나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 낙마 후 불운의 연속이었다. 해외 진출(알 아인)을 꾀했으나 소속팀의 반대로 2014 인천아시아경기대회에 뛸 수 없었다. 28년 만에 금메달로 주어진 병역 면제 혜택도 그는 받을 수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에도 다르지 않았다. 슈티리케 감독의 데뷔 무대였던 파라과이전에서 교체로 13분을 뛴 게 전부였다. 2기 명단에서는 제외돼 원정 2연전에도 합류하지 못했다. 1기 중동파 가운데 유일한 ‘제외’였다.
↑ 슈틸리케호에서 13분 밖에 뛰지 못한 이명주는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승선했다. 이정협을 제외하고 가장 짧은 출전시간이다. 사진=MK스포츠 DB |
슈틸리케 감독은 2기에서 이명주를 제외한 건 자리가 제한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2기 명단은 총 22명이었다. 23명인 아시안컵 최종 명단과 비교해 필드 플레이어 한 자리가 적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부여할 수 없어 이명주를 지난달 원정 2연전 소집 명단에 넣을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기에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포함시켰다”라고 덧붙였다.
호주행 비행기에 오르나 아시안컵 무대를 뛸 기회마저 보장된 건 아니다. 냉정히 말해, 슈틸리케호에서 그의 입지가 확고하진 않다. 기성용(스완지 시티), 남태희(레퀴야), 구자철(마인츠), 한국영(카타르SC), 장현수(광저우 부리) 등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명주에 대해 “중앙 미드필더로서 자질과 경험이 뛰어나며 공격수 및 수비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평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을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자원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평가다. 불과 7개월 전 홍명보 감독이 이명주를 월드컵 최종 명단 제외 사유와 엇비슷하다. 홍명보 감독은 이명주를 배제한 이유로 ‘어정쩡한’ 위치를 들었다.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를 모두 맡을 수 있지만 어느 포지션에서도 경쟁자와 비교해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경고 누적 등 변수로 한국영이 빠질 경우를 대비해 이명주가 아닌 박종우(광저우 부리)를 택했다.
전술상의 이유로 또 아픔을 겪진 않았으나 슈틸리케호에서의 이명주도 크게 다르진 않다.
이명주가 아시안컵에 뛴다. 그에겐 첫 메이저대회 참가다. 첫 시험을 통과했다. 그러나 출전 기회가 보장되지 않았다. 그의 치열한 경쟁은 이제부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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