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제주도 서귀포) 이상철 기자] 4년 전 태극호 막내는 손흥민(22·레버쿠젠)이었다. 2011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본선 직전 조광래 감독의 부름을 받은 그는 4년 동안 폭풍 성장을 하며 한국축구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박지성(33)의 현역 은퇴 후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은 한국축구 에이스 ’대관식’에 가까웠다.
그런데 그는 여전히 막내다. 아시안컵, 월드컵 등 연령 제한이 없는 주요 국제대회에서 가장 어린 선수는 늘 손흥민이었다. 동갑내기인 김진수(22·호펜하임), 윤일록(22·서울)이 손흥민의 뒤를 이어 태극마크를 달았을 뿐이다. 1992년생까지였다.
4년의 세월이 흐른 뒤 마침내 1993년생 이후 국가대표가 탄생했다. 1994년생 미드필더 권창훈(20·수원)이다. 그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60)의 부름을 받았다. 제주도 전지훈련에 참여할 기회가 주어진 28명 중 1명이었다. 최연소였다. 손흥민보다 두 살 어리고 ‘맏형’ 차두리(34·서울)과는 띠동갑을 넘어섰다.
↑ 권창훈은 1994년생으로 손흥민보다 두 살 어리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 발표를 앞두고 마지막 옥석 가리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그도 한 후보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주변에서 예쁘게 볼을 찬다는 말도 들었다. 장점이다. 한 축구 관계자는 “권창훈은 무엇보다 킥력이 상당히 좋다. 고종수 코치의 집중 과외로 더욱 좋아졌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국가대표까지 발탁됐다. ‘초고속’은 아니지만 의미있는 선발이었다.
‘현실’을 마주한 그지만 현재보다 미래를 기약하는 게 사실. 미드필더에 쟁쟁한 선수들이 많다. 뭔가를 보여주기에 일주일의 시간은 참 짧다. 내년 1월 호주에서 열리는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보다 내년 7월 중국에서 열리는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을 바라보고 있다. 물론, 그 이후를 ‘아름답게‘ 꿈꾸고 있다.
일단 욕심을 버렸다. 권창훈은 “형들을 보고 배우며 감독님께서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철학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려 한다. 그래서 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감독님의 의도대로)최대한 즐기려 한다. 다들 거리감 없이 지내고 있다. 훈련도 참 즐거워 시간 가는 줄 모른다”라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깜짝 발탁’의 여지를 뒀지만 권창훈이 호주행 티켓을 거머쥘 가능성은 낮다. 현재보다 미래를 내다본 자원이다. 아시안컵에서도 손흥민에게 동생을 없을 것이다. 그러나 곧 다시 부름은 있을 것이다. 아시안컵이 끝은 아니다. 조만간 손흥민에게도 동생은 생길 것이고, 그 우선순위가 권창훈이다.
그래도 욕심이 아주 없지 않다. 그 미래를 기약하는 권창훈이며, 놓치지 않기 위해 힘쓰고 있다. 권창훈은 “모든 게 새롭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공격축구를 선호하시는데 내 장점인 공격적인 플레이를 보여주기에 알맞다”라며 “나이가 어리니 부담은 없다. 물론,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무엇이든 경쟁이다. 난 자신있다”라고 말했다
앳된 얼굴로 진중하게 말을 한마디씩 던진다. 그만큼 그는 진중하다. 어린 나이답지 않다. ‘휴가기간 내가 뭐하는 걸까’가 아니다. 체험이다. 다음을 위한 값진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이 훗날 그를 더욱 빛나게 할 것이다. 즐겁고 새롭지만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머지않아 곧 손흥민에게도 동생이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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