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제주도 서귀포) 이상철 기자] “얘들이 왜 이렇지.” 슈틸리케호 코칭스태프도 깜짝 놀랐다. 태극전사들은 배고팠고 열정은 뜨거웠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주문했던 그 이상이다. 강렬했던 자율축구, 슈틸리케호의 제주도 소집 훈련 첫 날 풍경이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15일 오후 3시30분 제주도 서귀포시에 위치한 시민축구장에서 2시간가량 훈련을 실시했다. A대표팀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대비 컨디션 점검 및 201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안컵 대비 원석 발견을 위해 오는 21일까지 일주일간 훈련을 갖는다.
소집에 앞서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10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깜짝 발탁’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모두에게 A대표팀의 문은 열려있다”라면서 ‘배고픔’과 ‘열정’을 가진 선수를 찾는다라고 강조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시민축구장에서 가진 축구 A대표팀 훈련 도중 선수들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서귀포)=옥영화 기자 |
‘동기부여’가 강한 선수들은 첫 훈련부터 적극적인 자세로 임했다. ‘맏형’ 차두리(서울)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라고 말했지만 누구하나 몸을 사리는 이가 없었다. 차두리도 다르지 않았다.
더욱이 선수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한 발짝을 더 뛰었다. 선수들의 훈련복 상의는 땀으로 흠뻑 젖었다. 이를 지켜본 한 코칭스태프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이날 가장 눈에 띈 건 훈련 막바지에 진행한 미니게임이었다. 24명의 필드 플레이어를 8명씩 3개 팀으로 나눠, 돌아가며 맞붙는 방식(8분간 3피리어드)으로 치렀다.
슈틸리케 감독은 미니게임에 앞서 팀을 일일이 지정하면서 “정해진 전술, 전형은 없다. 마음껏 하고 싶은대로 해봐라”라고 주문했다. 그라운드만 작아졌을 뿐, 기본 규칙은 그대로였다. 자율적으로 창의적인 축구를 펼치라는 이야기였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15일 제주도 서귀포시 시민축구장에서 가진 축구 A대표팀 훈련 도중 선수들을 체크하고 있다. 사진(제주도 서귀포)=옥영화 기자 |
상당히 이색적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 동안 기초공사를 단단히 해야 한다면서 훈련마다 선수들을 불러 세밀하게 훈련을 진행했다. 그 풍경은 ‘강의’와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이날 슈틸리케 감독의 ‘족집게 과외’가 쏙 빠진 셈이다.
그 이유는 분명 있었다.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24명의 필드 플레이어를 파악하기엔 모자라다. 국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주목할 선수들을 골라 선발했지만, 소속팀과 A대표팀은 다르다. A대표팀만 오면 긴장한 탓에 가진 기량을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돌아간 이들이 한둘이 아니다. 부담 없이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배려를 한 셈이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가진 기량을 체크하기 위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에 대해 “매우 효율적인 지도자”라고 평했다. 슈틸리케호의 제주도 훈련 첫 날, 뜨거웠던 자율축구 속에 슈틸리케 감독의 꼼꼼한 관리가 돋보였다.
[rok1954@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