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명단은 받았다. 이제 선택만 남았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FA(자유계약선수)로 두산으로 떠난 장원준에 대한 보상선수를 택해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에 따르면 FA 선수영입 구단은 계약에 대한 총재승인이 떨어진 뒤 3일 안에 전 소속구단에 20인 보호선수 외 보상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규약상 총재승인이 나고 3일째 되는 날이 바로 6일이었다. 6일 보상선수 명단을 받은 롯데는 3일 이내에 보상조건(당해연봉 300% 또는 당해연봉 200%+보상선수)을 선택하면 된다. 즉 9일까지 보상선수를 결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롯데는 보상선수 명단을 두고 고민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내년 시즌을 대비한 외부 전력보강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으로 간 장원준을 비롯, 김사율·박기혁이 10구단 KT로 떠났고, 용덕한도 보호선수 외 지명을 통해 KT로 갔다. 전준우와 신본기는 군입대를 위해 경찰청에 입단했다. 외국인 타자 짐 아두치와의 계약이 전부였다.
그나마 지난 2년간 FA 보상선수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는 게 롯데의 유일한 위안거리다. 특히 보상선수로 데려온 투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김주찬이 KIA로 갔을 때 데려온 홍성민은 5선발급 투수로 성장했고, 홍성흔이 두산으로 다시 가면서 보상선수로 받은 김승회는 올해 마무리투수로 변신해 20세이브를 기록했다.
현재 롯데 마운드가 많이 허전해진 상황이라 롯데의 선택은 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산도 롯데의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투수들을 대거 20인 보호선수 명단에 집어넣었을 수 있다. 이종운 롯데 감독은 “우리도 나름대로 그쪽에서 줄 명단의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투수를 찍는다면 모험을 걸어야 할 선수들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롯데의 전략은 포지션과 상관없이 최고의 기량을 가진 선수를 뽑는다는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보상선수를 즉시 전력으로 활용하는 것이지만 플랜 B가 있다. 바로 포지션이 중복될 경우 타구단과의 트레이드 카드로 쓰겠다는 것이다. 일종의 삼각 트레이드인 셈이다.
과거 FA 보상선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활용해 재미를 본 사례도 있어 가능성은 충분하다. 2004시즌을 앞두고 정수근이 FA로 두산에서 롯데로 이적하자 두산은 정수근의 보상선수로 투수 문동환을 지명했고, 바로 당일 한화 포수 채상병과 맞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시 문동환은 재기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우려대로 이적 첫 해 4승15패 평균자책점 5.37로 리그 최다패 투수가 됐다. 그러다 다음해인 2005시즌 문동환은 10승9패 평균자책점 3.47로 보란 듯이 부활했다. 2006년에는 16승9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하며 류현진과 함께 막강 원투펀치를 구축했다. 그해 한화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고, 문동환은 선발과 불펜을 아우르며 투혼을 발휘했
플랜A는 제2의 김승회다. 하지만 제2의 문동환 사례라도 좋다는 게 롯데 입장이다. FA시장 철수 후 내부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롯데가 어떤 전략을 가지고 보상선수를 데려갈지 관심은 점점 뜨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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