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내홍의 후폭풍일까. 새출발을 선언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가 첫 단추를 잘 꿰이지 못했다.
롯데가 집안단속에 실패했다. 롯데는 FA(자유계약선수) 원소속구단 우선협상기간 마지막 날인 26일 오후 8시 FA 신청을 한 김사율(34), 박기혁(33), 장원준(29)과 모두 협상이 결렬됐음을 밝혔다. 자정까지 4시간여 남긴 상황에서 더 이상의 협상은 의미 없다는 판단 아래 공식적으로 협상 결렬을 알린 것이다.
↑ 올해 시장에 나온 FA중 선발투수로 활약할 수 있는 배영수(왼쪽)와 송은범(오른쪽). 사진=MK스포츠 DB |
하지만 당장 내년 시즌을 준비할 전력에는 차질을 빚게 생겼다. 더욱이 5시즌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리고, 7년 연속 140이닝 이상을 꾸준히 소화해 앞으로 4~5년은 충분히 지금의 기량을 유지해 줄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좌완 에이스 장원준과의 결별은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롯데는 현재까지 FA 최고액인 88억원을 장원준에게 베팅했지만 장원준은 “시장에서 내 가치를 알아보고 싶다”며 결별을 선언했다. 장원준의 이탈로 롯데 선발진은 송승준과 크리스 옥스프링만 남게 됐다.
결국 시장으로 나온 다른 외부 FA와의 계약을 노릴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이날 외국인선수 물색차 도미니카공화국 출장을 떠났다가 귀국한 이종운 감독도 “마운드 보강이 가장 우선이다. 내일(27일) 단장님을 만나 원소속 구단과 협상이 결렬 돼 FA 시장에 나오는 투수들을 잡아달라고 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일단 26일 자정까지 원소속구단과 협상이 결렬돼 시장에 나온 투수는 롯데와 결렬된 장원준과 김사율을 제외하고 모두 6명이다. 이 중 선발로 가치를 인정받는 선수가 바로 배영수(33)다. 2000년 삼성에 입단한 배영수는 총 394경기에서 124승98패 3세이브 6홀드 평균자책점 4.21의 족적을 남기며 현역 최다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2004년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뒤 2006년 팔꿈치 수술 후 하락세를 타다가 지난해 역시 14승4패 평균자책점 4.71의 성적으로 생애 두 번째 다승왕에 오르면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올 시즌 133⅔이닝을 던져 8승6패, 평균자책점 5.45을 기록하며 다소 평범한 성적을 냈지만, 아직까진 선발투수로서 충분히 통할만하다는 평가다.
또 KIA에서 시장으로 나온 송은범(30)도 선발투수로 기용해볼만하다. 2003년 SK 와이번스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한 송은범은 올해까지 12시즌 동안 통산 68승 56패 16세이브 평균자책점 4.25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2007년부터 2010년까지 SK 마운드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SK왕조’ 구축에 큰 힘을 보탰다. 하지만 KIA로 트레이드 된 지난해 1승7패 5세
그래도 150km 가까운 직구에 제구력까지 갖춘 송은범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선발과 중간, 마무리를 모두 경험한 만큼 경험도 풍부하다.
장원준을 놓친 롯데의 선택이 누가될지 FA 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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