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윤지 기자] 박병호, 에릭 테임즈, 김태균, 박정권, 채태인…. 시원한 장타, 호쾌한 스윙으로 대변되는 이들은 올 시즌 각 팀의 1루를 담당했던 선수들이다.
전통적으로 거포들이 맡아온 1루. 중심타선에 위치한 선수들이 1루를 맡아온 만큼 1루수의 미덕은 공격력에 있다. 올 시즌 역시 1루수들의 화려한 공격력이 빛난 시즌이었다. 이에 더해 좌타자가 많아지면서 3루만큼이나 강습타구가 많아진 1루에서 안정된 수비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MK스포츠는 2014시즌 한국야구를 결산하면서 먼저 포지션별로 올해의 그라운드를 되돌아봤다.
⑤ 1루수
↑ 박병호(넥센)와 테임즈(NC)의 양강 체제가 도드라졌던 2014시즌 1루수. 사진=MK스포츠 DB |
시즌 막판까지 타점왕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박병호(28·넥센 히어로즈)와 에릭 테임즈(28·NC 다이노스)의 영양가 만점 활약은 특기할 만하다. 결국 박병호가 타이틀을 획득했지만 테임즈의 방망이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 각종 공격 지표서 이들의 ‘양강 체제’는 특히 뚜렷했다. 이들은 공격을 주도하며 각각 팀의 페넌트레이스 2위와 3위에 절대적인 공을 세웠다.
박병호는 홈런 1위(52) 타점 1위(124) 출루율 5위(0.433) 장타율 3위(0.686)로 3년 연속 홈런-타점왕을 석권했다. 임팩트 면에서 최초의 기록을 여럿 가져간 팀 동료 서건창에게 MVP를 내줄 수밖에 없었지만 박병호 역시 MVP로 손색 없는 활약을 펼쳤다. 박병호는 11년 만에 탄생한 50홈런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테임즈도 홈런 3위(37) 타점 2위(121) 장타율 2위(0.688) 등 공격 지표에서 골고루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결승타도 17개를 기록하며 이승엽(38·삼성)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한국에서 보낸 첫 해 성적도 뛰어나거니와 그 외 인성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며 내년 시즌 재계약 대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또 삼성 라이온즈의 1루수 채태인(32)도 향상된 기량을 선보이며 우승에 보탬이 됐다. 채태인은 99타점으로 팀 내 타점 3위를 기록했다. 100타점에 단 1타점이 모자라 데뷔 후 첫 세 자릿수 타점을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타점 기록(종전 2009년 72타점)을 훌쩍 넘어서며 클러치 히터로 자리 잡았다. 또 결승타도 14개를 때려내며 전체 3위이자 팀 내 2위의 임팩트를 보여줬다.
팀 사정상 오래 지켜왔던 3루에서 1루로 이동했던 정성훈(34·LG 트윈스)은 1루에 완벽 적응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보냈다. 리드오프로 활약한 1루수 정성훈은 타율 3할2푼9리에 출루율 4할2푼4리를 기록했다.
↑ 한화의 1루수 김태균에게는 특유의 공격력을 발휘할 기회가 적었던 점이 아쉬웠다. 사진=MK스포츠 DB |
9개 구단 1루수 중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도 ‘묻힌’ 선수로는 한화의 김태균(32)이 으뜸이다. 김태균은 올 시즌 4할6푼3리의 출루율로 2년 연속 출루율왕(2013시즌 0.444)의 자리에 올랐다. 팀의 4번타자인 김태균에게는 출루율보다는 타점이 중요한 지표였을 터. 그러나 김태균은 팀의 전체적인 타선이 빈약한 탓에 타점 생산의 기회가 적을 수밖에 없었기에 높은 득점권 타율(0.354)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84타점을 올리는 데 그쳤다.
박정권(33·SK 와이번스)은 여러 공격 지표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으나 팀의 4강 진출 실패로 빛이 바랜 경우. 박정권은 109타점을 올리며 타점 부문 4위에 올랐다. 데뷔 후 가장 많은 아치를 그렸고(27홈런) 역시 처음으로 세 자릿수 타점을 기록하며 불같은 공격력을 보여줬다.
↑ 롯데 박종윤은 1루와 외야를 오가면서도 좋은 활약을 펼쳤으나 롯데로서는 어느 누구도 1루에 고정시킬 수 없었던 점이 큰 문제였다. 사진=MK스포츠 DB |
반면 롯데의 경우 주전 1루수가 누구인지부터가 명확하지 않다. 루이스 히메네스를 비롯해 최준석·박종윤·장성호·박준서 등 5명의 선수가 1루를 번갈아 맡았지만 어느 누구도 1루의 완벽한 주인이 되지 못했다. 포지션 중복으로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고 야심차게 영입했던 외인 히메네스가 태업 논란을 일으키는 등 어수선한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춰 1루수도 우왕좌왕했다. 기존 1루수였던 박종윤(32)이 외야수로 이동
KIA나 두산의 경우에는 주전 1루수로 시즌을 시작했던 외국인 타자 브렛 필(30)과 호르헤 칸투(32)가 부상으로 자주 자리를 비우며 반등 기회를 놓쳐 아쉬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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