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상암) 이상철 기자] 성남이 통산 세 번째 별을 달았다. 김학범 감독이 우스갯소리로 무겁다던 성남의 별은 더욱 무거워졌다. 그 전의 우승과는 의미가 달랐다. “우승은 항상 기쁘지만 이번만큼은 남다르다”라는 김학범 감독의 소감처럼, 시민구단으로 전환한 첫 해 일궈낸 우승이라 더욱 값졌다.
성남은 당초 FA컵 우승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K리그 클래식에서 하위권을 전전했다. 최고 순위는 8위. 이후 강등권(23일 현재 11위)을 오가며 생존 위기에 몰렸다. K리그 클래식 잔류조차 불투명한 팀이 FA컵 정상에 올랐으니 이변이다.
실상 쉽진 않았다. 우승으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32강부터 결승까지 어느 한 경기도 쉽지 않았다. 연장 혈투는 물론 승부차기까지 치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질긴 생명력을 보이며 계단을 밟고 올랐다. 그리고 정상까지 도약했다.
성남에게 행운이 따랐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32강(대구), 16강(광주), 8강(영남대)에서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및 U리그(대학) 팀을 만났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 수 아래의 팀들이었다.
↑ 성남은 23일 FA컵 결승에서 서울을 꺾고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시민구단 전환 후 수많은 풍파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김학범 감독의 지도 속에 꽃을 피웠다. 사진(상암)=천정환 기자 |
뻔한 판을 뒤엎은 건 김학범 감독의 ‘양념’이었다. 성남은 시민구단 전환 이후 어려움을 겪었다. 조직력이 완성되지 않은 데다 분위기마저 어수선했다. 불미스러운 일로 두 차례나 수장이 바뀌었다. 한 시즌 3명의 감독이 지휘하는 건 K리그에서 유례없는 일이었다. 그만큼 엉망진창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지난 9월 ‘소방수’로 긴급 투입돼 불을 껐다. K리그 클래식 13경기에서 3승 5무 5패를 기록했다. 부임 전의 4승 8무 11패와 비교해 큰 차이다.
그의 지도를 거친 뒤 ‘저질 체력’이었던 성남 선수들은 120분 내내 지치지 않는 ‘강철 체력’이 됐다. 김학범 감독은 “내가 처음 왔을 때 선수들은 후반 20분 이후 경련이 오고 걸어다닐 정도였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많이 좋아졌고, 끈질김까지 생겼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런 변화는 FA컵에서 도드라졌고, 토너먼트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쉴 새 없이 뛰며 상대를 압박해 2경기 연속 무실점 수비를 펼쳤다. 모두가 안 된다고 여겼지만 기적과 같은 승리였고 우승이었다.
김학범 감독은 드라마 2탄을 집필 중이다. FA컵 우승은 했고, 그 다음 작품은 K리그 클래식 잔류다. 성남은 11위지만 1경기를 덜 치르고 10위 경남에 승점 2점
김학범 감독은 “성남이 이렇게까지 (순위가)내려갈 팀은 아니다. 경기를 잘 치르고도 심리적인 요인 탓에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나는 선수들을 믿고, 선수들은 나를 믿고 있다. 강등을 걱정하지 않는다”라며 승부사의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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