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신고선수에서 깜짝 신데렐라 신인왕을 시작으로 2년만에 MVP까지. 고속승진을 이뤄낸 서건창(25)의 전성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서건창은 18일 오후 양재동 더케이 호텔 컨벤션센터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최우수선수(MVP), 최우수 신인선수 선정 및 부문별 시상식에서 타격, 안타, 득점 부문 타이틀을 거머쥔 데이어 대망의 MVP까지 차지했다. 서건창은 총 유효투표수 99표중 77표를 얻어 압도적인 표 차이로 MVP에 선정됐다.
↑ 서건창의 전성기는 이제부터다. 사진=김영구 기자 |
하지만 이후 주전 2루수 김민성의 부상공백을 잘 메우며 주전으로 거듭났다. 결국 서건창은 2012년 신인왕을 수상하며 ‘신고선수 신화’ 혹은 ‘신데렐라 스토리’의 첫 장을 넘겼다. 그러나 지난해는 부상 등으로 86경기 출장에 그치며 타율을 제외한 대부분의 타격 성적이 대폭 하락했다. 고비였다.
반등은 1년이면 충분했다. 타자들에게는 어떤 위험보다 더 큰 타격폼 대수술 등의 피나는 노력 끝에 최고의 선수를 거듭났다. 올 시즌 전경기(128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7푼 7홈런 67타점 48도루를 기록한 서건창은 타격, 안타, 득점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며 타격 3관왕에 올랐다. 특히 프로야구 사상 첫 200안타 고지(201개)를 넘어서는 대기록을 세웠고, 135득점으로 한 시즌 역대 최다득점기록도 갈아치웠다. 이로써 서건창은 전무후무한 2006년 신인왕과 MVP를 동시 수상한 류현진(LA다저스)에 이어 두 번째로 신인왕 출신 MVP가 됐다.
역대 가장 먼저 MVP를 달성한 류현진을 제외한 역대 선수들의 발자취를 더듬어 봐도 서건창의 질주는 인상적이다. ‘야구천재’ 이종범은 1993년 데뷔해 신인왕을 양준혁에게 내줬으나 이듬해 타율 3할9푼3리, 196안타를 기록하며 MVP에 올랐다. ‘국보투수’ 선동열 또한 1985년 데뷔가 늦어 신인왕 수상이 불발됐으나 이듬해인 1986년 19승8패 6세이브 평균자책점 0.99라는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성적을 내면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실질적인 풀타임 프로 3년차를 보냈다고 볼 수 있는 서건창이 한국야구의 역대 천재들의 뒤를 따르고 있는 것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데뷔 당시에는 프로지명조자 받지 못했던 서건창이었다.
↑ 사진=김재현 기자 |
시상식 이후 진행된 인터뷰서 서건창은 어린나이에 아버지를 여읜 이후 극진한 뒷바라지를 해준 홀어머니를 향한 애끓는 효심을 드러냈다. 서건창은 “어머니가 저를 잘 키워주셨기 때문에 이 자리까지 온것이라고 생각하고, 어려서부터...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이것 아니면 안된다고, 이걸 잘해서 보답을 해야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 잘해서 보답을 해야하고 효도를 해야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건창을 멈추지 않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어머니다.
신고선수라는 척박한 환경에서 프로야구 최우수선수로 거듭났다. 서건창은 “이제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꿈꿨던 것이 이렇게 현실로 빨리 다가올지는 생각을 못했다. 낮은 곳에 있었지만 항상 높은 곳을 생각하면서 좋은 생각을 많이 했던 것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이 상을 받았지만 아직 만족하지 않고 있고 더 많은 숙제가 주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야구를 한다는 귀중함을 잊지 않고 있는 서건창이다.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고 내가 야구를 떠났을 때를 생각해본다면 성적을 떠나서 야구 유니폼을 입고 팬들 앞에서 뛸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안다. 그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껴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점들이 제가 초심을 잃지 않고 야구를 할 수 있는 이유 인 것 같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건창은 “아까 다시 시작이라고 하는 이유는 올해처럼 성적이 잘 나온 것이 처음이라서 내년에도 올해처럼 좋은
절박함으로 빚어낸 노력과 근성, 그리고 겸손한 정진의 자세는 고속성장을 이끌어낸 비결이자 서건창의 전성기를 충분히 낙관해볼만한 이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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