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한국축구에게 이란은 ‘악연’을 넘어 ‘주적’이 됐다. 주먹감자, 피눈물 등 이야깃거리가 참 많은데, 양국 축구 팬이 함께 맥주를 마시며 수다를 떨 정도로 즐겁진 않다. 쌓인 악감정만 많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이제 과거는 잊고 축구를 즐기자”라며 화해의 손길을 건넸다. 하지만 한국은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 됐다. 풀 건 풀어야 한다. 태극전사의 각오는 남다르다.
한국은 40년 넘게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한 번도 못 이겼다. 2무 3패. 가장 최근인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2012년 10월)에서도 0-1로 졌다.
2년이 지났으나 그 쓰라림을 잊지 않은 이가 슈틸리케호 2기에도 여럿 있다. 손흥민(레버쿠젠), 이청용(볼턴), 기성용(스완지 시티), 박주영(알 샤밥), 이근호(엘 자이시), 곽태휘(알 힐랄), 윤석영(퀸즈 파크 레인저스), 정성룡(수원)이 당시 경기를 뛰었다. 남태희(레퀴야), 박주호(마인츠),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김진현(세레소 오사카)도 벤치에서 그 아픔을 공유했다.
↑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 필승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신경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앞서 세 번의 평가전과는 분명 다른 준비자세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이란전은 슈틸리케 감독이 취임 이래 치르는 네 번째 A매치다. 앞서 세 번의 경기에서도 “이기겠다”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기본 목표는 “매 경기 승리”라고 했다.
그렇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결과’에만 목을 매지 않았다. 무실점, 점유율 등을 강조했다. 그 동안 준비했던 게 잘 실현되는 지를 체크하겠다고 이야기였다. 또한, 완벽함을 추구하나 인간이기에 실수를 할 수도 있다며 만족스러운 축구를 하겠다는 의사도 피력했다. ‘내용’에 중점을 뒀다.
하지만 이번 이란전을 앞두고는 발언 강도가 좀 다르다. 좀 더 강하고 울림이 있다. 이란을 이기고 싶은 바람이 크다는 걸 엿볼 수 있다.
한국과 인연을 맺은 지 이제 막 두 달이 지났지만 한국축구의 역사를 훤히 꿰고 있다. 이란과 악연도 잘 알고 있다. 한국축구에 있어 이란전이 일본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걸 인지한다는 것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란전을 준비하면서 승리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가 결과에 대해 여러 번에 걸쳐 힘주어 말한 건 이례적이었다. 그에게도 ‘단순한’ 평가전은 아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그 동안 이란 원정에서 어떤 성적을 냈는지 알고 있다. 좋지 않은 결과를 갚아줄 기회다. 절대 비기는 경기를 하지 않겠다.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겠다”라고 밝혔다.
그 자세는 흐트러짐이 없다. 이란과 경기를 하루 앞두고도 “새로운 실험은 없다”라며 정예 선수들을 내세워 아자디 스타디움에서의 역사적인 첫 승리를 이루겠다고 자신했다. 원정팀의 지옥으로 불리는 곳을 약속의 땅으로 바꿔놓겠다는 것이다.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10만명 앞에서도 많은 경기를 치렀다. 이란 팬의 응원이 뜨거울수록 태극전사들이 더 좋은 경기를 펼칠 수 있다”라며 꼭 만원 관중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수위가 센 편이 아니나 충분히 이란을 자극하는 발언이다. 앞서 다른 평가전의 준비 소감과는 상당히 다르다. “세계랭킹이 절대 기준이 아니다. 63위 팀(한국)이 15위 팀(코스타리카)을 이
18일 오후 9시55분(한국시간) 열리는 이란전에 총력을 쏟는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로 이란의 콧대를 꺾겠다는 슈틸리케호다. 감독부터 각오가 남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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