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15일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북-포항전이 끝난 뒤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우승 시상식. 이동국(전북)은 녹색 유니폼 차림에 주장 완장을 차고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폭죽, 꽃가루가 함께 터지면서 2014년 K리그 클래식 최강의 자리에 오른 전북의 우승을 축하했다.
이동국에게 매우 뜻 깊은 자리였다. 2009년, 2011년에 이어 세 번째 전북의 우승을 일궜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감격스러웠다.
지난달 종아리 부상을 입은 이동국이 시즌 아웃 판정과 달리 이날 깜짝 복귀 무대를 치렀다. 후반 46분 카이오를 대신해 그라운드를 밟은 그는 동료부터 주장 완장까지 건네받았다.
그러나 이동국은 경기에 뛸 정도의 몸 상태가 아니었다. 통증이 사라졌으나 몸을 만들어야 하는 단계였다. 이동국은 포항전에 뛰기 위해 따로 운동도 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게다가 재발 우려가 있는 민감한 부위다.
↑ 이동국(가운데)이 15일 K리그 클래식 전북-포항전을 마친 뒤 열린 시상식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전주)=옥영화 기자 |
농담도 빼놓지 않았다. 3분여를 소화한 이동국은 볼 터치도 했다. 이승기에게 정확한 논스톱 패스까지 연결했다. 이동국은 이에 대해 “한 번의 패스를 성공시켰다. 패승 성공률 100%인데 기성용보다 더 대단한 거 아니냐”라며 가벼이 어깨춤을 췄다.
2014년은 이동국에겐 최고의 한 해였다. 전북 소속으로 100골을 넣고 팀 우승도 이끌었다. 태극마크를 다시 달고서 센추리클럽(A매치 100경기 출전)에도 가입했다. 또한, 겹 쌍둥이 아빠인 그는 지난 14일 다섯째이자 첫 아들을 얻었다.
이동국은 “시즌 초반 발가락 통증을 참으며 뛰던 게 생각난다.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라며 “올해는 좋았던 일이 더 많았다. 전북 100호골도 기록하고 대박이(태명)도 태어났다. 정말 대박의 해다”라며 활짝 웃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이 멀다. 이동국의 눈도 2015년 아시아축구연맹
이동국은 “우승은 할수록 기분 좋다. 그런데 막상 우승트로피를 들면 허전하다. 그 짧은 시간을 위해 달려온 것이다. 내가 느낀 걸 다른 선수들도 느꼈을 것이다. 우승을 맛 봤는데 아시아에서 느끼고 싶다. 내년 K리그를 대표해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꿈을 이루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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