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기사회생이냐, 불명예 퇴진이냐. 한판에 모든 게 걸렸다. 벼랑 끝에 몰린 거스 히딩크 네덜란드 감독의 운명은 오는 17일(이하 한국시간) 라트비아와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이하 유로 2016) 예선 결과에 따라 결정된다.
히딩크 감독은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오렌지군단의 지휘봉을 잡았다. 1998 프랑스월드컵에서 4강 진출을 이끈 뒤 16년 만에 복귀였다.
‘지도자’로서 마지막 불꽃을 태울 곳으로 조국을 택한 히딩크 감독이었다. 유로 2016에서 좋은 성과를 남기고서 아름다운 이별을 꿈꿨는데, 그 헤어짐이 앞당겨질 수 있다.
↑ 네덜란드는 13일(한국시간) 멕시코와 평가전에서 2-3으로 패했다. 히딩크 감독 부임 후 1승 4패로 초라한 성적표다. 사진(네덜란드 암스테르담)=ⓒAFPBBNews = News1 |
네덜란드가 라트비아전에서도 이기지 못할 경우, 히딩크 감독은 오렌지군단의 지휘봉을 내려놓게 된다. 비겨도 안 된다.
1995년 네덜란드를 처음 지도했을 때와 비슷한 행보다. 당시에도 히딩크 감독은 초반 5경기에서 1승 4패로 부진했다. 이후 반등에 성공해 연승 행진을 달리며 ‘히딩크 매직’을 발휘했다. 히딩크 감독이 19년 전처럼 위기 탈출과 함께 반전에 성공할 지는 네덜란드보다 라트비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해외 베팅업체는 네덜란드의 승리가 유력하다고 점치고 있다. 네덜란드의 승리에 배당률 1.14배를 매겼다. 국내 베팅업체인 ‘스포츠토토’가 발표한 네덜란드의 승리 배당은 1.01배다. 이변은 없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네덜란드가 승리를 장담할 정도로 라트비아의 전력이 떨어질까.
라트비아는 세계랭킹 99위에 올라있다. 네덜란드(5위)보다 94계단이나 뒤진다. 유럽축구연맹(UEFA) 가맹국 가운데 하위권이다. 위보다 아래에서 찾는 게 더 빠르다. 라트비아보다 순위가 낮은 나라는 11개국에 불과하다.
하지만 동네북이 아니다. 라트비아는 마리안스 파하르스 감독이 지난해 7월부터 맡고 있다. 파하르스 감독은 1999년부터 3년 연속 라트비아 올해의 선수를 수상했고, 유로 2004 본선 진출을 이끌었던 레전드다. 그가 지휘봉을 잡은 뒤 3승 5무 5패로 42%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A매치 성적은 2승 3무 2패로 선전하고 있다.
유로 2016 예선에서는 2무 1패(승점 2점)로 A조 4위에 올라있다. 3위 네덜란드(1승 2패·승점 3점)에 불과 승점 1점차로 뒤져있다.
카자흐스탄, 터키와 비겼고 아이슬란드에게 0-3으로 졌다. 매 경기 볼 점유율에서 밀리고 슈팅 수에서도 크게 뒤졌다. 상대를 압도하진 못했다. 그러나 무기력하진 않았다. 아이슬란드전 대패도 후반 10분 아르티옴스 루드네브스(함부르크)의 퇴장 탓이 컸다. 수적 열세에 몰린 라트비아는 이후 내리 3골을 허용했다.
발레리스 사발라(아노르토시스 파마구스타)라는 걸출한 공격수도 보유하고 있다. 1994년생으로 이제 20세지만 최근 라트비아의 A매치 10경기 8골 가운데 5골을 책임졌다. 네덜란드는 히딩크 감독이 부임한 뒤 5경기 연속 실점 중으로 총 10골을 내줬다. 뒷문이 허술하다. 때문에 ‘킬러’ 사발라 봉쇄가 히딩크 감독과 네덜란드에겐 라트비아전의 분수령이다.
다만 파울이 많은 편이다. 자연스레 카드 수집도 많다. 유로 2016 예선 3경기에서 11장의 경고를 받았다. 퇴장 선수도 2명 있었다. 아이슬란드전에 이어 터키전에서도 긴츠 프레이마니스(옐가바)가 종료 직전 경고 누적으로 퇴장했다.
↑ 라트비아(오른쪽)는 2무 1패로 유로 2016 예선 A조 4위에 올라있다. 퇴장 등 변수가 없었다면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사진(카자흐스탄 아스타나)=ⓒAFPBBNews = News1 |
네덜란드와 역대 전적은 딱 한 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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