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한때 ‘가드 왕국’으로 불렸던 서울 삼성이 심각한 가드난에 시달리고 있다. 머릿수는 많은데 확실한 리더는 없다. 삼성 팬들 사이에서 “차라리 이상민 감독이 뛰는 게 낫겠다”는 말이 낯설지 않게 들린다.
삼성은 반짝 3연승 이후 다시 3연패의 늪에 빠졌다. 시즌 성적 공동 8위(4승9패). 지난 12일 8연패 늪에 빠졌던 부산 KT와의 잠실 홈경기마저 16점차로 완패했다. 삼성 가드진의 현실을 보여준 단면이었다.
이날 삼성의 경기력 수준은 올 시즌 최악이었다. 상대 팀 전창진 KT 감독마저 “시즌을 치르다 보면 안 되는 날이 있다. 삼성은 안 되는 날이었다”고 할 정도로 심각했다.
↑ 지난 12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4-15 프로농구 서울 삼성(7위)과 부산 KT(9위)의 경기, 2쿼터 서울 삼성 이상민 감독이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옥영화 기자 |
라이온스는 장단점이 명확한 선수이지만, 득점력은 인정할 만하다. 김준일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하며 제 몫을 다하고 있다. 전체 1순위 신인 이승현(고양 오리온스)과 함께 신인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가드진이다. 삼성은 박재현이 부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베테랑 가드 이정석과 이시준, 김태주가 돌아가며 앞선을 책임지고 있다. 공‧수에서 모두 신통치 않다. 확실한 리딩을 하는 것도 아니고 득점을 올려주는 것도 없다. 상대 수비를 흔들 수 있는 돌파구도 찾지 못하고 답답한 경기를 이끌고 있다.
흔히 농구는 센터놀음이라고도 하지만 가드하기 나름이기도 하다. 라이온스를 비롯해 두 빅맨 이동준과 김준일을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을 살려줄 수 있는 가드는 보이지 않는다. 공을 소유하고 있는 시간은 많은데 최종 결정은 미룬다.
KT전 완패에서 가드진의 한계는 분명했다. KT 가드 전태풍(17점)과 이재도(28점)에게 무려 45점을 헌납했다. 이날 KT가 기록한 84점의 절반 이상 실점을 두 가드에게 했다. 이상민 감독은 “이재도를 버리는 작전을 썼다. 내 판단 미스였다”고 전략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코트의 사령관은 가드다. 삼성 가드들은 임기응변도 창의력도 없었다. 자신감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전혀 코트에서 펼치지 못하고 있다. 벤치에서 뒷목을 잡는 이 감독의 눈에는 답답할 노릇이다.
이 감독은 현역 선수 시절 최고의 가드로 코트를 지배했다. 연세대 시절부터 현대, KCC 등 언제나 정상에서 군림했다. 속공 농구의 중심에 섰고, 허를 찌르는 패스는 물론 내‧외곽을 넘나드는 득점도 특출 났다. ‘선수 이상민’과 삼성 가드진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 하지만 이 감독은 삼성에서 처음 지휘봉을 잡은 뒤 스피드 농구로 대변되는 ‘이상민표 삼성’을 꿈꾸고 있다. 가드진의 분발 없이는 불가능한 청사진이다.
이 감독에게 물었다. “이제 가드들이 좀 나아졌습니까?” 돌아온 답변은, “어떻게 보십니까?” 우문이었다.
↑ 삼성 가드 이정석이 모비스 가드 양동근의 수비를 앞에 두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MK스포츠 DB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