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북 완주)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의 우승공신은 여럿 있다. 그래도 최강희 감독이 가장 먼저 손에 꼽은 건 주장 이동국과 김남일이다. 베테랑으로서 솔선수범하면서 팀을 올바르게 이끌었기 때문에 세 번째 별을 품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두 베테랑은 사이도 참 좋다. 국가대표 시절부터 함께 돈독한 우정을 쌓았다. 그리고 지난해 말 김남일이 전북에 새 둥지를 틀었을 때도 이동국의 역할이 컸다. 거리낌이 없다. 서로에게 할 말은 서슴없이 한다. 나이를 잊은 채 아웅다웅하는 모습은 보는 이들을 즐겁게 만든다.
12일 전북의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미디어데이에서 이동국과 김남일은 거침없는 발언으로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주로 김남일이 당하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서로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느끼게 했다.
↑ 이동국(왼쪽)과 김남일(오른쪽)은 맏형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며 전북 현대의 K리그 클래식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
김남일의 기억은 그로부터 7년 뒤다. 이동국이 포항에 입단한 뒤다. 한양대 재학 시절 포항과 연습경기를 하면서 이동국과 처음 겨뤄본 것. 김남일은 “이동국이 나를 등지고 가슴으로 볼을 받는데 그 볼이 보이지 않더라. 순간 ‘뭐지’라는 생각과 함께 어리둥절했다. 아직도 생생하다”라며 이동국과 강렬했던 첫 인상을 이야기했다.
국가대표에서 오랫동안 함께 뛰었지만 한솥밥을 먹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동국과 김남일은 지난 1월 인터뷰에서 함께 뛰게 돼 설렌다고 했다.
같이 지내다보면 미운 점도 발견하기 마련인데 그런 게 전혀 없다는 두 사람이다. 김남일은 “애가 한 명 더 생긴 거 말고는 (이)동국이는 전혀 달란지 게 없다. 예나 지금이나 건방지면서 자신감이 넘친다. 중요한 순간마다 한 방을 터뜨리는데 믿음이 가는 친구다”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동국은 김남일에 대해 한층 업그레이드가 됐다고 했다. 이동국은 “요즘 들어 내 몸을 여기저기 만지더라. 더 뛰고 싶어 그런지 치료를 잘 받고 몸 관리도 잘 하더라. 기존의 묵직함이 업그레이드 됐다. 넓은 시야와 밸런스 조절 등도 뛰어나다. 게다가 골 결정력까지 더해지면서 완벽한 선수가 됐다. 이제 40세 넘어서까지 뛰지 않겠냐”라고 했다.
골 감각이 살아나면서 대단한 선수가 됐다는 이동국의 농담 섞인 칭찬에 김남일은 뭔가 당하는 것 같다면서도 마냥 싫어하진 않았다. 기분 좋은 칭찬인 것이다. 김남일도 “한때 회의감도 들어 축구를 그만두려 할 때도 있었다. 그저 그런 선수로 끝날 뻔 했는데 역시 선수는 그라운드에 있을 때 가장 멋진 것 같다. 내 몸은 내가 잘 안다. 얼마나 더 할 지는 모르나 현역 생활을 이어갈 생각이다”라며 이동국의 바람대로 40세까진 아니더라도 계속 축구화를 신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티격태격하고 아웅다웅하는 둘이지만 서로를 위하는 애정과 배려도 크다. 최우수선수(MVP) 수상과 관련해 서로가 받아야 한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김남일은 “당연히 내가 받아야 한다”라고 운을 뗀 뒤 “농담이다. 시즌을 돌이켜보면 난 그저 동료들이 차려준 밥상을 먹었을 뿐이다. 두 번의 득점도 내가 볼을 찬 게 아니라 볼이 날아와 맞고 들어간 것이다. (이)동국이가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서 설 수 있었다. 당
이에 MVP 2회(2009년, 2011년) 수상에 빛나는 이동국은 김남일에게 양보했다. 이동국은 “누구 혼자 잘 했서 팀이 우승할 수는 없다.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남일이형이 프로 입문 후 첫 우승도 했으니 MVP까지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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