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북 완주)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K리그는 해마다 한 시즌을 빛낸 최우수선수(MVP)를 선정한다. 역대 K리그 MVP는 1999년, 2010년, 2013년을 제외하고 우승팀에서 배출됐다. ‘우승팀=MVP’라는 하나의 공식이 성립됐다.
이 공식을 올해 K리그에 대입하면, MVP는 전북 현대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시즌 개막 전부터 1강으로 꼽혔던 전북은 3경기를 남겨놓고 일찌감치 우승을 차지했다.
독보적이었다. 22승 8무 5패(승점 74점)로 2위 수원(승점 61점)보다 승점 13점이 많다. 57득점 20실점으로 최다 득점 및 최소 실점 1위다. 최근 7경기 연속 무실점 승리를 거두면서 ‘최강팀’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 이동국(왼쪽)과 김남일(오른쪽)은 MVP 후보로 서로를 지목했다. 이동국과 김남일은 지지층도 두꺼웠다. 이 둘에 대항하는 제3세력도 있었는데 골키퍼 권순태를 지지했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
가장 유력한 후보는 ‘캡틴’ 이동국이다. 올해 30경기에 출전해 13골 6도움을 올렸다. 득점 단독 1위다. 주요 고비마다 순도 높은 골을 터뜨리며 전북의 고공행진을 이끌었다.
단순 기록만으로 이동국의 가치를 평가할 수 없다. 주장으로서 팀을 이끈 공헌도도 크다. 최강희 감독은 “베테랑으로서 이동국이 김남일과 함께 제 몫을 해줬기 때문에 우승할 수 있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북 우승 시 최고의 별은 이동국이었다. 이동국은 지난 2009년과 2011년 전북의 K리그 우승을 이끌고서 MVP를 수상했다. 올해도 MVP를 차지하면 역대 최다 MVP 수상의 영예를 안는다.
김남일은 MVP 후보로 이동국을 지지했다. 김남일은 “(이)동국이가 주장으로서 팀을 잘 이끌었기 때문에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다. 당연히 동국이가 MVP 후보로 나가 받아야 한다”라고 밝혔다. 김남일 외에도 최철순, 김기희, 최은성 골키퍼코치가 이동국을 지지했다. 기여도가 높다는 게 공통된 이유였다.
탄탄한 지지층을 형성한 이동국의 생각은 어떨까. 이동국은 정작 MVP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보다 프로 첫 우승을 경험한 김남일을 추천했다.
이동국은 “개인 혼자 잘 해서 팀이 우승할 수 없다. 모두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누구라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묵묵히 운동을 하며 경기에 뛸 준비를 했다. 이강진, 박원재가 그러했다. 그리고 이들의 성실함을 보면서 다른 선수들도 많은 자극을 받았다. MVP는 그렇게 모든 선수들이 받는 상이다”라고 말한 뒤 잠시 고민하더니 “(김)남일이형이 첫 우승을 했으니까 (대표로)MVP를 받았으면 싶다”라고 말했다.
김남일 지지 세력은 이동국만이 아니다. 골키퍼 권순태도 김남일을 적극 지지했다. 이유가 재밌는데, 이동국이 너무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권순태는 “(이)동국이형이 그 동안 많은 상을 받았다. 이번에는 나눠줘야 할 차례다”라며 “(김)남일이형은 모두가 인정하고 존경하는 선수다. 남일이형이 경남전과 수원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게 우승하는데 매우 결정적이었다. 남일이형이 우승에 이어 MVP까지 수상하면 정말 멋질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동국, 김남일이 아닌 제3의 지지 세력도 있다. 골키퍼 권순태가 MVP 후보로 나가 받아야 한다는 이들이다. 레오나르도, 카이오, 박충균 코치가 권순태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
레오나르도는 “팀 내 기여도는 엇비슷하다. MVP 후보로 1명만 고른다는 게 어렵다. 그렇지만 가장 중요한 자리는 골키퍼 권순태가 아니었나 싶다”라고 말했다. 카이오도 “우린 최소
자신이 꽤 많은 표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한 권순태는 매우 놀라워하면서도 “난 상복이 없는 사람이다”라며 해맑게 웃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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