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대전)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대전 시티즌이 K리그 클래식 승격의 꿈을 이뤘다. K리그 챌린지로 강등의 아픔을 겪은 지 1년 만이다. 우승 시상식이 예정된 지난 8일에는 수원 FC를 완파하며 잔칫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분위기는 최고조였다.
아직 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오는 16일 안산 경찰청과의 K리그 챌린지 마지막 경기가 남아있다. 그러나 대전의 눈은 이미 K리그 클래식을 향하고 있다. 당면 목표는 ‘잔류’다.
내년 시즌 운영 방안이 연말 이사회를 거쳐 최종 승인이 나야 하나, 올해와 크게 다르진 않을 전망이다. 12개 팀 가운데 최대 2개 팀이 강등될 수 있다. 승강 플레이오프라는 살얼음판마저 피해 K리그 클래식에 남으려면, 최소 10위를 차지해야 한다.
↑ 대전 시티즌은 K리그 클래식 승격의 꿈을 이뤘다. 이제는 생존이란 현실을 마주할 때다. 달콤함은 잊어야 한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그러나 무대가 다르다. 지난해 K리그 챌린지를 지배했던 상주 상무는 올해 K리그 클래식 최하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8일 성남 FC와 비기면서 강등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대표 출신들로 구성된 상주보다 객관적인 전력이 처진다는 평을 받는 대전이었다. 냉정히 말해, 대전이 상주와 같은 길을 걷지 마라는 보장이 없다.
지원 없이는 K리그 클래식 생존은 어렵다. 기업구단도 어렵지만 시,도민구단은 재정적으로 더욱 궁핍하다. 올해 K리그 클래식의 하위권이 시,도민구단과 군경팀으로 도배된 게 결코 우연은 아니다. 강등 제도가 도입된 2012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대전이 살아남기 위해선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1997년 프로에 입문해 산전수전 다 겪은 김은중도 팀과 후배를 위해 애정 어린 충고를 했다. 김은중은 “시,도민구단은 재정적으로 다들 어렵다. 지원을 받지 못하면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렵다”라며 “시의 지원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잘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발언이긴 하나, 그 ‘전제조건’을 강조했다.
지난 8일 대전-수원전에서 구단주인 권선택 대전광역시 시장은 재정 지원을 약속했다. 권선택 시장은 “모두의 노력이 있기에 K리그 챌린지 우승을 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 또 다른 시작이다. K리그 클래식에 승격했는데 난관이다. 더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겠다. 2부리그가 아닌 1부리그인만큼 예산도 더 높게 책정하겠다. 약속하겠다”라고 밝혔다.
다만 ‘전폭적인’ 지원이라는 표현을 쓰기에는 현실의 벽이 높아 보인다. 재정적인 어려움은 모든 시,도민구단의 공통된 고민이다. 몇몇 구단의 선수 및 프런트 급여 미지급 사태까지 발생했다. 지원을 늘리기는커녕 살림 규모를 줄여야 할 정도다. 대전도 예외가 아니다.
권선택 시장은 지원 증대를 약속하면서도 “시의 재정 여건이 마냥 좋지 않다. 시민의 힘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후원기업을 모색해 후원금을 늘리면서 시민주 및 서포터 모집으로 자금을 늘리겠다는 방안이다.
그러나 얼어붙은 국내 경제가 여전히 녹지 않은 터라, 대전의 장밋빛 미래가 ‘계획대로’ 펼쳐질 지는 미지수다.
올 겨울이 중요해졌다. 백방으로 뛰어다녀 자금을 모아야 한다. 선수들도 K리그 클래식 잔류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겠지만, 그래야 할 이들은 선수들만이 아니다. 지원 없이는 힘들다. 살아남으려면, 대전의 이번 겨울은 더 뜨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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