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에서 뛰고 있는 윤석영이 슈틸리케호 2기에 승선한다.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5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또 한 번의 ‘극적’ 발탁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A대표팀은 7일 김진수(호펜하임)를 대신해 윤석영을 대체 선발했다. 요르단전(14일) 및 이란전(18일)의 중동 원정 소집을 3일 앞둔 시점이다.
윤석영의 대체 발탁 가능성은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지난 3일 22명의 소집 명단 외에 5명의 예비 명단을 발표하면서 윤석영을 넣었다. 김진수, 박주호(마인츠)를 소집 명단에 포함시켰으나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돼, 혹시 모를 ‘보험카드’였다.
그리고 그 우려대로 김진수는 빠졌다. 부상에서 완쾌돼 팀 훈련에 합류했지만 실전 경기 감각이 부족했다. 김진수는 지난 주말 독일 분데스리가 묀헨글라드바흐전에 결장했다. 자칫 A대표팀에 내보냈다가 부상이 재발할 것을 우려한 호펜하임의 요청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 윤석영은 김진수를 대신해 슈틸리케호 2기 명단에 승선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첫 부름이며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첫 태극마크다. 사진(영국 런던)= ⓒAFPBBNews = News1 |
부상에서 회복 단계이기도 했고, 딱히 뽑을 ‘명분’이 없었다. 윤석영은 당시 시즌 개막 후 1경기도 뛰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해외파 선발 원칙으로 ‘경기 출전’을 들었다. 윤석영의 선발할 이유가 없었다. 박주호, 김진수, 홍철(수원), 김민우(사간 도스) 등 왼쪽 수비수 자원도 많았다.
하지만 1달 사이 윤석영의 위상이 달라졌다. 지난달 A매치 데이 이후 재개된 경기에서 프리미어리그 ‘데뷔’를 했다. 리버풀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윤석영은 애스턴 빌라전, 첼시전까지 3경기 연속 선발 출전하며 QPR의 왼쪽 수비를 책임지고 있다. 호평도 쏟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윤석영은 슈틸리케 감독의 첫 선택을 받지 못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동 원정 2연전 소집 명단에 박주호, 김진수를 왼쪽 수비수로 발탁했다. 윤석영은 세 번째 혹은 네 번째 옵션이었다.
이번 중동 원정 2연전은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최종 명단 선정 작업을 앞두고 갖는 마지막 점검 무대다. 슈틸리케 감독은 “두 눈으로 확인하겠다”라며 박주영(알 샤밥)을 선발하면서도 윤석영은 뽑지 않았다.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이야기다. 보여줄 기회가 A대표팀이 아닌 QPR로 제한되면서 윤석영으로선 아시안컵이 멀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극적으로 태극마크를 다시 달았다. 5개월 전과 다르지 않다. 홍명보 전임 감독은 브라질월드컵 최종 명단을 발표하면서 윤석영의 이름을 올렸다.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윤석영은 QPR에서 주전 입지를 다지지 못했다. 분데스리가 최고 왼쪽 수비수라는 찬사를 받았던 박주호가 밀렸다. 그는 ‘의리’ 논란의 중심이었다. 이번에는 다른 의미로 극적이었다.
자연스레 왼쪽 수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김진수의 이탈을 예상했다. 그래서 5명의 예비 명단에 왼쪽 수비수 자원 2명을 넣었다. 그리고 한 번 썼던 홍철이 아니라 윤석영을 골랐다. 파라과이전을 통해 홍철을 점검했기 때문에 새 얼굴인 윤석영을 택했을 수도 있고, 홍철보다 윤석영을 더 높이 평가했을
윤석영으로선 박주호, 김진수와 펼칠 왼쪽 수비 경쟁에 뛰어들 ‘기회’를 얻었다. 이번에 슈틸리케 감독을 처음 만난다. 감독이 선수를 평가할 때 ‘보는 것’과 ‘듣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윤석영에겐 천금 같은 기회다. 아시안컵 참가와 함께 슈틸리케호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보여줄 중요한 ‘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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