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안산)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K리그 챌린지(2부리그) 안산 경찰청의 조동현 감독은 참 차가웠다. 기적 같은 우승의 가능성이 남아있었지만 이상보다 현실이 우선이었다.
안산은 5일 FC 안양전을 앞두고 선두 대전 시티즌에 승점 9점차로 뒤졌다. 안산이 대전보다 1경기를 덜 치른 가운데 3경기가 남았다. 안산이 남은 3경기를 다 이기고 대전이 남은 2경기를 모두 패하면 승점이 같아진다. 게다가 오는 16일 안산과 대전은 맞대결을 펼친다.
K리그 클래식의 역전 우승을 꿈꾸는 수원 삼성보다 그 가능성은 더 높았다. 그러나 냉정해야 했다. 안산은 대전보다 14골이 뒤졌다. 꽤나 많은 골을 넣어야 하는데 경기당 평균 1.67골(33경기 55골)의 안산으로선 쉽지 않은 미션이었다.
게다가 지난 9월 전역자가 대거 나오면서 선수층이 얇았다. 골키퍼는 1명 뿐이고 전문 수비수도 없다. 베스트11 구성조차 벅차다. 대전이 오는 8일 수원 FC와 비기기만 해도 안산 우승 꿈은 좌절된다.
↑ 조동현 안산 경찰청 감독(오른쪽)은 K리그 챌린지 우승보다 2위를 목표로 했다. 플레이오프에 집중하기 위한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사진=MK스포츠 DB |
안산은 3위 안양과 승점 8점차였다. 이날 경기에서 비겨도 남은 경기 결과에 관계없이 2위가 확정된다. 조동현 감독은 “가뜩이나 선수가 부족해 골치가 아프다”라면서 “빨리 2위를 결정해 부담 없이 플레이오프 준비에 집중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고육지책으로 서동현과 김병석, 박종진, 이재권의 포백(4-Back) 수비를 짜야했던 안산은 위험천만했다. 전반 38분 세 차례나 안양의 슈팅이 골포스트와 크로스바를 강타했다. 안산으로선 가슴 철렁한 순간이었다.
불길함은 현실이 됐다. 뒷문이 불안하던 안산은 후반 4분 위험지역에서 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주현재에게 선제골을 허용했다. 예상치 못한 한방이었다. 안양에게 패할 경우, 승점차가 5점으로 좁혀지면서 2위 자리마저 위태로워질 안산이었다.
승점차에 여유가 있어 1승만 해도 2위를 차지할 수 있다. 그러나 18명의 출전 선수 명단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선수난에 시달리는 안산이다. 그 현주소를 고려하면, 2위도 장담할
골치 아프던 안산을 구한 건 ‘조커’ 박희도였다. 후반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된 박희도는 후반 32분 천금 같이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망을 세차게 흔들었다. 안산의 K리그 챌린지 2위를 확정 짓는 ‘골든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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