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안방서 한국시리즈(KS) 1차전을 내줬다. 이길 수 있는 흐름과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잡지 않았다. 통합 3연패 팀의 위엄일까. 대구구장에는 삼성이 보여준 여유의 흔적이 있다.
삼성은 4일 대구구장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의 KS 1차전서 2-4로 졌다. 1차전 패배로 통합 4연패 달성 확률은 22.6%로 줄었다. 7전4선승제인 KS에서 이제 1경기를 패했을 뿐이다. 지난해 KS의 기억을 더듬으면 1, 2차전을 내주고도 뒤집었다.
그러나 삼성의 1차전 패배는 짙은 아쉬움이 남는다. 홈런은 나왔으나 단 4안타에 그쳤다. 오래 쉰 탓에 타격 부진은 예상이 됐다. 문제는 불펜의 완패다. 정규시즌에 이어 KS에서도 불안감을 노출시켰다. 삼성 불펜의 운용에는 전혀 긴장감이 흐르지 않았다. 여유인지, 자만인지 헷갈린다.
↑ 지난 4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2014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에서 삼성 차우찬이 2-2로 팽팽히 맞선 8회초 무사 1루 넥센 강정호에게 투런홈런을 허용한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김영구 기자 |
이어진 타석은 강정호. 플레이오프 3, 4차전 2경기 연속 홈런의 주인공이었다. 삼성의 벤치는 움직이지 않았다. 차우찬에게 믿고 맡겼다. 결국 차우찬은 강정호에게 결승 투런 홈런을 얻어맞고 무너졌다.
필승조 안지만이 나오지 못한 이유는 담 증세 때문이었다. 전날 미디어데이 때만 해도 멀쩡하던 안지만이 하필이면 중요한 1차전을 앞두고 부상을 당한 것도 안타까운 일. 안지만이 아니더라도 배영수 등 불펜 자원이 풍부한 삼성이 투수 교체 카드를 쓰지 않은 것은 아쉬웠다.
사실 이날 1차전을 앞두고도 류중일 삼성 감독은 여유가 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보통 KS 선발 로테이션은 숨기기 마련. 넥센은 가용할 선발 자원이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감추고 싶어도 못 감추지만, 삼성은 굳이 밝힐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당당하게 7차전에 갈 경우에 대한 선발진 운용안까지 공개했고, 배영수의 불펜 전환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렸다. 타격이 막강한 넥센은 충분히 대비
삼성은 지난 3년간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며 정상을 놓치지 않았다. 그 비결은 류 감독의 선수들에 대한 강한 신뢰가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여기서 삼성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이 나온다. 하지만 올해 넥센의 기세는 만만찮다. 창단 첫 우승을 위해 독기가 가득찼다. 여유를 부릴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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