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의 수원이 역전 우승 희망을 키웠다. “단 1%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도전하겠다”던 서정원 감독의 포부였는데 그 가능성을 조금 더 늘렸다.
수원이 이겼다. 스플릿 라운드 첫 판에서 울산을 잡으면서 저 멀리 달아난 전북을 다시 쫓기 시작했다. 수원은 1일 오후 4시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34라운드에서 상대 수비수의 자책골과 산토스, 이상호의 연속골을 묶어 3-0으로 이겼다.
호랑이 징크스도 완전히 털어냈다. 울산과 시즌 전적에서 3승 1무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지난 2011년 8월 27일 이후 울산전 원정 6경기 연속 무승(3무 3패) 사슬도 끊었다.
↑ 수원의 산토스(왼쪽)는 1일 K리그 클래식 울산전에서 후반 25분 골을 넣으며 13골로 이동국(전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사진=MK스포츠 DB |
반면, 울산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이 힘들어졌다. 제주와 1-1로 비긴 3위 포항(승점 56점)과 승점 11점차가 됐다. 골 득실차에서도 11골이 뒤져있어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긴다 해도 3위 등극을 자신할 수 없다.
지난달 26일 선두 전북에 패해 승점 10점차로 뒤진 수원은 이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우승의 꿈을 키울 수 있었다. 만약 울산에게 패하거나 비길 경우, 오는 2일 전북이 서울을 잡으면 우승 경쟁은 싱겁게 끝이 날 수 있었다.
모 아니면 도였다. 수원은 공격 일변도로 나섰다. 로저, 산토스, 염기훈을 앞세워 공세를 펼치려 했지만 울산의 압박에 전반 45분 내내 답답한 축구만 펼쳤다. 슈팅은 딱 3개였다. 울산의 슈팅은 0개. 상대의 공세를 잘 막았으나 수원에게 무승부는 의미가 없었다. 골을 넣어야 했다.
후반 들어 수원의 공격이 술술 풀렸다. 콱 막혔던 게 윤활유가 들어갔는지 거침없이 시동이 걸렸다. 울산 수비는 집중력 저하로 느슨해지면서 수원 공격수를 놓쳤다.
결국 후반 11분 수원의 첫 골이 터졌다. 로저의 슈팅이 골키퍼 김승규의 선방에 막혔지만 이어진 염기훈의 슈팅이 수비수 이재원의 발을 맞고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이재원의 자책골로 수원에게 행운이 따른 골이었다.
기세를 잡은 수원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후반 20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이상호의 중거리 슈팅을 골키퍼 김승규가 쳐낸 걸 산토스가 골문 앞에서 가볍게 차 넣었다.
산토스는 13호 골로 이동국(전북)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동국이 시즌 아웃된 만큼, 산토스는 첫 K리그 득점왕 등극에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수원은 후반 41분 쐐기골까지 넣었다. 이상호가 절묘한 왼발 인사이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19분
최근 다소 부진했던 골키퍼 정성룡도 수원의 승리를 지켰다. 후반 15분과 후반 21분 김치곤과 박동혁의 결정적인 헤딩 슈팅을 발로 막아냈다. 이 두 개의 슈팅이 골로 연결됐다면, 수원의 역전 우승 희망도 사라질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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