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서민교 기자] 31일 밤 잠실구장의 LG 트윈스 라커룸. LG 안방마님 최경철(34)의 표정은 어두웠다. 가을야구의 전설을 쓴 LG는 아름다운 패자였지만, 패배는 패배였다. 그러나 최경철은 2014년을 뜨거운 가슴으로 기억했다.
LG는 플레이오프(PO)에서 넥센 히어로즈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최하위에서 4위로 2년 연속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으며 기적을 쓴 LG는 준PO에서도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4할 승률 팀 최초로 PO 진출을 이뤄내는 감동을 안겼다. 그러나 한국시리즈로 가는 문은 열리지 않았다. LG는 이날 넥센에 2-12로 완패하며 시리즈 1승3패로 고개를 숙였다.
↑ LG 트윈스 포수 최경철. 사진=한희재 기자 |
주장 이진영은 “우리 선수들 모두 정말 수고 많았다. 마지막까지 응원을 해준 팬들께도 정말 감사드린다. 내년을 위해 또 준비하고 도전하겠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말을 아꼈다.
그리고 잠시 후 라커룸에서 뭉클한 순간이 이어졌다. 최경철이 김정민 배터리 코치를 찾아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악수를 나눴다. 김 코치는 최경철에게 “수고 많았다. 아쉽지만, 내년에 또 준비하자”고 덕담을 건넸고, 최경철은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최경철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큰 감동을 안긴 LG의 영웅이다. NC 다이노스와의 준PO는 ‘최경철 시리즈’로 불렸다. 최경철은 준PO 1차전서 결정적인 3점 홈런을 때려내며 시리즈를 접수했고, 공‧수에서 모두 빛났다.
그러나 최경철은 웃지 못했다. 그는 “아쉽다. 이길 수 있는 경기들도 있었는데…”라며 말끝을 흐린 뒤 “오늘도 한 방에 날아갔다. 아쉽다. 시즌을 돌아보면 재밌었지만, 그래도 마지막 경기를 져서 아쉽다”고 되뇌었다.
올 시즌은 ‘무명의 포수’였던 최경철에게는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최경철이 기억하는 감격의 순간은 많았다. 최경철은 “잊지 못할 순간이 많았다. 만루 홈런을 쳤던 것과 준PO 첫 타석 홈런, (임)정우의 데뷔 첫 승을 거둔 날도 잊지 못할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어 최경철은 “-16에서 기적을 이뤄낸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포기를 할 법한 시즌에 우리는 포기를 하지 않았다. 다른 팀 선수들도 박수를 보내줬다”며 “10년, 20년이 지나도 회자되고 기억해야 할 시즌이었다”고 감격했다.
그리고 최경철이 고마운 사람은 LG의 10번째 선수로 함께 한 LG 팬들이었다. 이날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잠실구장 밖에서는 LG의 응원가인 “사랑해요 LG”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최경철은 “지금도 밖에서 응원가가 들린다”며 “정말 눈물이 나더라.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다. 그래서 우리가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감사의 뜻을 전했다.
최경철은 이제 2015년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올해 내가 잘했다고 하는데 난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난 달라진 것이 없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내년에도 열심히 내 역할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몸을 잘 만들어 다시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까지 겸손을 잊지 않은 그에게 LG 팬들은 감동을 선물 받은 한 해였다.
↑ LG 트윈스 포수 최경철의 감격적인 홈런 세리머니. 사진=김재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