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서민교 기자] 양상문(53) LG 트윈스 감독이 플레이오프(PO) 2차전 최고의 피칭을 선보인 사이드암 투수 신정락(27)에게 버럭 화를 냈다. “정락이한테 ‘넌 빨리 군대 안 갔다 오고 뭐했냐’고 야단을 쳤다.” 사실 반어법. 양 감독은 점심을 먹고 있는 신정락에게 “밥 많이 먹어라”며 칭찬을 대신했다.
신정락은 지난 28일 목동 넥센 히어로즈와의 PO 2차전 영웅이다. 신정락은 선발투수로 등판해 7이닝 2피안타(1홈런) 무사사구 10탈삼진 1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치며 팀의 9-2 승리를 이끌었다. 올 시즌 첫 선발승을 가장 중요한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해낸 것. 신정락의 인생투였다.
↑ 플레이오프 2차전의 영웅이 된 LG 트윈스 투수 신정락. 사진=김영구 기자 |
신정락은 2차전 호투에 대해서도 큰 감흥이 없는 듯했다. 그는 “마음을 먹고 들어가긴 했지만, 내 역할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날 시즌 중 NC전(7⅓이닝 노히트노런)보다 직구가 잘 들어가긴 했다”며 “그날 영상도 다시 봤는데 넥센 타자들이 왜 스윙을 했는지 모르겠다. 안 나가도 되는 공이던데…”라고 말했다. 이어 “직구보다는 커브를 더 세게 던지는 느낌으로 던진다”고 살짝 귀띔했다.
이날 경기를 앞두고 양 감독은 신정락의 칭찬을 늘어놨다. 양 감독은 “정락이가 그렇게 잘 던질지 몰랐다. 사실 우규민에게 집중했다”면서 “정락이가 던진 걸 다시 보니 볼이 확실히 좋더라”고 말했다. 이어 올 시즌을 마친 뒤 군 입대를 해야 하는 신정락에 대한 아쉬움을 크게 나타낸 것.
신정락은 시즌 종료 후 군 입대한다. 공익근무. 내년 초에는 웨딩마치도 울린다. 올 시즌 막판 정점에 오른 피칭을 하고 팀을 떠나야 한다. 주가를 올린 신정락 스스로도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신정락은 초연했다. 그는 “군대를 가는 건 정말 괜찮다”며 웃었다. 어차피 가야 한다는 의미. 양 감독의 “빨리 안 가고 뭐했냐”는 질문에도 “안 보내줘서 못 갔다. 그땐 투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었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정말 아쉬움이 없을까. 진짜 없었다. 신정락은 “사실 이번에 내 역할을 다 한 것 같아 홀가분한 기분이다. 공익근무를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으니까 그것도 좋을 것 같다”며 “공익근무를 마치고 결혼을 할까도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아예 같이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하기로 결정했다. 신혼생활도 즐길 수 있다”라고 말했다. 마냥
LG는 PO 시리즈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아직 포스트시즌은 끝나지 않았다. 신정락이 마운드에 다시 설 기회도 있다. 신정락은 “보직은 상관없다. 감독님이 불펜이든 선발이든 또 지시를 하시면 지시대로 나가서 내 역할을 다해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min@mae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