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강대호 기자] 국가대표 미드필더 이청용(26·볼턴 원더러스)이 득점이나 도움이 없다고 분발을 촉구한 소속팀 감독에게 전혀 다른 방법으로 감동을 선사했다.
닐 레넌(43·북아일랜드) 볼턴 감독은 27일(이하 한국시간) 연고지 지역신문 ‘볼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팀의 경기력에 생기가 없고 맥빠진 상황에서 이청용 같은 선수가 슬라이딩 태클을 하여 팀 전원을 이끌었다”면서 “수비수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아닌 ‘플레이메이커’ 이청용이 팀을 위해 슬라이딩 태클로 손발이 지저분해지는 것도 마다치 않은 것”이라고 호평했다.
↑ 이청용(17번)이 코스타리카전에서 수비를 제치고 문전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서울월드컵경기장)=김재현 기자 |
브렌트퍼드전까지 이청용은 이번 시즌 16경기 1도움이다. 경기당 77분을 뛰고 있다. 크루 알렉산드라와의 8월 27일 ‘풋볼 리그컵’ 2라운드 원정(3-2승)에서 연장 후반 2분 결승골을 도운 것이 이번 시즌 유일한 공격포인트다. 당시 이청용은 오른쪽 날개로 51분을 뛰었다.
2014-15 챔피언십에서 이청용은 경기당 83.6분으로 중용되고 있음에도 골이나 도움이 없다. 레넌 감독은 24일 역시 ‘볼턴 뉴스’를 통해 “이청용은 매우 좋은 선수”라면서도 “그러나 골문 가까이에서도 잘해야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브렌트퍼드전에서도 이청용은 ‘결과물’과 거리가 멀었다. 전반 24분 미드필더 닐 단스(32·잉글랜드)가 페널티박스 근처에서 오른발슛을 하도록 도왔으나 공은 골문 왼쪽으로 벗어났다. 전반 37분 페널티박스 밖에서 오른발로 슛한 것은 상대 수비에 도중 차단됐다.
경기 후 통계회사 ‘옵타 스포츠’ 공개자료를 보면 이청용은 공 터치 50회와 패스 36회로 각각 볼턴 4위와 2위였다. 공격 전개의 핵심이었음을 알 수 있다. 패스성공률은 86.1%(31/36)로 팀 3위다. 비거리 22.86m 이상 긴 패스는 2차례 시도하여 1번 유효했다.
그러나 브렌트퍼드전에서 이청용의 가장 인상적인 공헌은 수비였다. 4번의 태클 성공으로 경기 출전 28명 중에서 공동 1위에 올랐다. 가로채기 2회는 볼턴 공동 3위였고 걷어내기와 상대 슛에 대한 육탄방어도 1번씩 있었다. 수비 성공 8회는 볼턴에서 4번째로 많은 것이다.
이청용은 공중볼 다툼에서도 1차례 제공권 우위를 점해 볼턴 공동 5위였다. 돌파도 1번 성공하여 팀 공동 2위다. 2번의 크로스가 모두 빗나가고 상대 태클로 공격권을 2번 상실하여 팀에서 2번째로 많은 것을 제외하면 호평하기에 충분한 경기였다.
레넌 감독의 ‘결과물 강조’ 하루 만에 이청용은 전혀 다른 방법으로 팀에 공헌했다. 그리고 이러한 공헌에 레넌 감독도 솔직하게 이청용의 활약과 가치를 인정하는 훈훈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청용은 어느덧 볼턴 최고선임이다. 볼턴에서 185경기 17골 32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185경기는 볼턴 현역 선수 최다이다. 입단일 기준으로도 이청용은 선수단 서열 3위다. 경기당 68.8분을 소화했고 90분당 공격포인트는 0.35다.
볼턴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있던 2009-10시즌 이청용은 클럽 올해의 선수로 선정됐다. 국가대표로는 2008년부터 A매치 62경기 6골이다. 2011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3위에 동참했다. 2010·2014 월드컵에도 출전했다.
↑ 이청용(17번)이 베네수엘라전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헤딩을 하고 있다. 사진(부천종합운동장)=천정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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