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서울 신문로) 이상철 기자] 27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 미디어데이는 꽤 딱딱했다. K리그 클래식 상위 6개 팀 감독들은 하루 전날 혈투 탓인지 꽤 피로해 했다. 숨겨뒀던 입담을 과시하지도 않았다. 11월부터 펼칠 잔인한 승부를 앞두고 다들 조심스러워했다.
그래도 마냥 숨길 수는 없었다. 웃음이 빵 터졌다. 덕담을 하라니 저주를 퍼부었다. 짓궂은 농담이나 예능감은 최고였다.
막바지에 치닫고 있는 K리그 클래식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경쟁이 치열하다. 다들 선두 전북의 우승 저지보다 AFC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노리겠다고 했다. 이상보다 현실적인 목표를 택했다.
내년 K리그에 배분된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은 3.5장이다. K리그 클래식 1위-2위 팀과 FA컵 우승팀이 본선에 직행하고 K리그 클래식 3위 팀이 플레이오프를 거쳐 본선 진출을 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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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열린 K리그 클래식 상위 스플릿 미디어데이에서 조민국 울산 감독(오른쪽)의 독설에 서정원 수원 감독과 최용수 서울 감독(왼쪽부터)이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사진(서울 신문로)=천정환 기자 |
그런데 좀 더 수월한 방법이 있다. FA컵 결승에 오른 서울이 성남을 꺾고 우승을 하고 K리그 클래식 3위 이내 진입하면, 4위 팀에게 출전 티켓이 돌아간다. 4위 서울과 6위 울산의 승점차는 불과 3점이다. 4위 서울과 3위 포항의 승점차는 5점이다. 서울은 지난달 포항을 이겼다.
반면, 서울이 FA컵 우승에 실패할 경우 AFC 챔피언스리그 경쟁은 더욱 피 터지게 된다. 때문에 3위 포항과 5위 제주, 6위 울산으로선 서울이 FA컵 우승을 하는 게 나쁠 게 없다.
이에 서울의 우승을 바라는 메시지를 부탁하자 3개 팀 감독은 ‘난처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이 딱딱하고 재미없는 기자회견장에 웃음 폭탄을 던졌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박경훈 제주 감독은 “계산을 좀 해야겠다”라고 운을 떼더니 쉽게 말문을 못 열었다. 머릿속이 복잡하다는 것이다. 그 진지한 고민에 폭소가 터졌다. 박경훈 감독은 그러면서 “굉장히 혼란스럽다. 김학범 성남 감독과 친구사이인데 미안하다. 서울이 우승해야 AFC 챔피언스리그 획득 가능성이 높다. 서울이 FA컵 우승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박경훈 감독과 다르게 황선홍 포항 감독과 조민국 울산 감독은 최용수 서울 감독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황선홍 감독은 “2위 수원과 승점 3점차인데 수원을 끌어내리고 우리 힘으로 AFC 챔피언스리그 본선에게 나가겠다. FA컵은 단판승부다. 누가 우승할지 모른다. 서울과 성남 모두에게 기회가 있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입을 연 조민국 감독의 말이 ‘걸작’이었다. 최용수 감독의 어깨에 손을 올린 조민국 감독은 “서울이 긴장 좀 해야 할 것 같다. 어제 성남과 경기(울산 4-3 승)를 했는데 현재로선 서울이 힘들 것 같다. 성남은 준결승에서 전북도 이겼다. 솔직한 심정으로 성남의 우승 가능성이 더 높지 않겠냐”라고 전했다.
덕담을 기대했던 최용수 감독의 표정은 일그러졌다. 두 팔을 들어 어이없다는 듯 행동을 취했다.
최용수 감독도 가만있지 않았다. 최용수 감독은 지난 26일 성남전에서 박동혁의 역전골이 터졌을 당시 조민국 감독의 세리머니를 지적했다. 조민국 감독은 후반 39분 박동혁의 골로 4-3 역전에 성공하자 그라운드에 무릎 꿇고 두 팔을 하늘로 향하며 기쁨을 표출했다.
최용수 감독은 “맞는 말이긴 한데 당황스럽다. 좋은 지적 감사하다”라며 “그런데 어제 경기 조민국 감독의 세리머니에 정말 놀랬다. 김신욱이 복귀한 줄 알았다. 종교가 뭔 지”라며 반격을 가했다.
이에 조민국 감독의 얼굴이 빨개졌다. 조민국 감독은 “박동혁이 어제 골로 몸값을 다했다. 그 즐거움을 느꼈다. 그런데 정말 쑥스럽고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최용수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용수 감독은 “다 같은 아군이자 동업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사방이
‘이 팀만은 반드시 이기겠다’라는 질문에 최다 득표까지 받았던 서울이다. 이날만큼은 ‘1강’ 전북이 아닌 서울이 공공의 적이었다. 그 서운함에 끝까지 예능감을 잃지 않은 최용수 감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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