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전주) 이상철 기자]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최강희 감독 별명은 참 많다. 강희대제부터 시작해 봉동이장, 2대8 가르마 등. 최근 들어 잊어지고 있지만 그에게 가장 잘 어울렸던 별명은 재활공장장이었다.
한물갔다고 평가됐던 선수들이 그의 손을 거치면 확 바뀌었다. 재기에 성공해 화려하게 비상했다. 이동국, 김상식, 김형범, 에닝요, 조재진, 루이스, 최태욱, 심우연, 최은성 등이 대표적인 작품이다.
그의 새 작품이 한동안 뜸했다. 그런 가운데 따끈따끈한 ‘신상품’이 나왔다. 재활용품이 신상품으로 탈바꿈할 정도로 ‘성능 만점’이다.
‘진공청소기’ 김남일이 녹색전사로 새롭게 태어났다. 김남일은 지난해 말 인천 유나이티드를 떠나 전북에 새 둥지를 틀었다.
↑ 김남일(왼쪽)은 전북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37세 미드필더가 깨어난 데에는 재활공장장 최강희 감독의 손길도 컸다. 사진=전북 현대 제공 |
이후 그는 전북 중원의 핵이 됐다. 복귀 무대였던 지난 8월 16일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신형민과 함께 중원 파트너를 이뤄 ‘완벽한 승리’에 기여했다. 이후 전북은 ‘1강’ 체제를 확고히 했다. 돌아온 김남일이 뛴 11경기에서 전북은 7승 3무 1패를 기록했다. 실점은 딱 5골이었다.
밸런스가 잡혔고 수비가 단단해졌다는 최강희 감독의 평인데, 김남일의 투입 시기와 맞물린다. 김남일 혼자만의 절대적인 공이라 할 수 없지만 아니라고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기여가 크다.
최강희 감독은 “적지 않은 나이에 풀타임을 뛰며 팀의 중심이 되고 있다. 선수에게 평소 ‘고맙다’라는 표현을 잘 안 하지만 김남일은 이동국과 함께 맏형 역할도 잘 해줘 팀 분위기가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지난 9월 14일 경남 FC전과 지난 26일 수원 삼성전에서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결승골을 넣으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전북은 결정적인 고비를 극복했고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다.
그런데 김남일이 이렇게 다시 화려하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최강희 감독의 ‘손길’도 컸다.
지난 26일 수원전을 마친 뒤 김남일은 깜짝 고백을 했다. 시즌 초반 현역 은퇴를 하려 했다는 것. 브라질 전지훈련 막바지 연습경기에서 오른 발목을 다쳤는데 생각 외로 심각했다. 플레이도 스스로 만족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힘겨운 개인사까지 겹치면서 심신이 지쳤던 김남일이다.
흔들리는 김남일은 잡아준 건 최강희 감독이었다. 김남일을 불러 개인 면담을 하면서 힘을 북돋아줬다. 김남일은 “그때 여러 가지 힘들었다. 그래서 은퇴 이야기를 꺼냈는데 나만 심각하더라. 감독님께서 아무렇지 않게 여기시더라. ‘엄살 부리지 말고 잘 좀 하라’고 말씀하셨다. 돌이켜 보면 내가 참 어리석었다. 감독님께서 잡아주신 게 도움이 컸다”라고 전했다.
최강희 감독이 김남일을 깨운 한마디는 인상적이었다. 한 번이라도 좋으니 능력을 마음껏 펼치라는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김남일이 전지훈련을 잘 소화해 솔직히 기대가 컸다. 그런데 어느날 찾아와 은퇴 이야기를 꺼내더라. 나이가 많은 선수도 능력을 보고 영입했다. 1경기라도 지난해 봄 같은 경기력을 보였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후 마음을 다 잡았더라”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시즌 초반 “아직 내 팀 같지 않다”고 밝혔지만 이제는 전북이 그의 팀이 됐다. 팀에 애정이 생겼고, 후배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릴 정도가 됐다. 어린 후배는 거리낌이 없다. 수원전 결승골에 대해서도 ‘골포스트 옆의 물을 마시러 갔다가 운 좋게 넣은 거 아니냐’ ‘이동국과 득점왕 경쟁을 펼치겠다고 이야기하라’ 등등 짓궂은 농담이 오갈 정도로 편한 사이가 됐다. 전북의 한 관계자는 “김남일의 골에 동료들이 더 기뻐한다”라고 귀띔했다.
‘녹색전사’ 김남일은 이제 전북에 없어선 안 될 선수가 됐다. 소금 같은 존재다. 빛나지 않지만 가장 빛이 난다. 전북이 2009년, 2011년에 이어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할 경우, 김남일은 그 일등공신이 될 것이다. 자신의 첫 K리그 우승의 기쁨도 누리면서.
↑ 김남일(오른족)은 전북에서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37세 미드필더가 깨어난 데에는 재활공장장 최강희 감독의 손길도 컸다. 사진=MK스포츠 DB |
그렇게 또 하나의 새 작품이 탄생했다. 최강희 감독은 1경기면 된다고 했지만 김남일은 으뜸 퍼포먼스를 이미 여러 차례 펼쳤다. 지난해 여름 김남일이 다시 태극마크를 달 수 있었던 최강희 감독의 호출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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