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지난 22일 FA컵 준결승이 끝난 뒤 최강희 전북 감독은 무표정했다. 포커페이스라 평소에도 감정이 얼굴에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의 두 눈동자에서는 못내 아쉬움이 가득했다.
그의 기자회견 첫 마디부터 진한 아쉬움이 잘 드러났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그렇고 (승부차기로 패했는데)FA컵은 우리와 인연이 아닌 것 같다”라던 최강희 감독이었다.
단 한 경기로 승부가 결정되는 토너먼트 특성상 강팀이 약팀에 패하는 ‘의외성’이 적지 않다. K리그 클래식 팀은 예선 없이 FA컵 32강부터 참가한다. FA컵 32강이 열린 4월 30일, 그때만 해도 서울과 성남이 결승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없었을 것이다. 당시 서울은 10위, 성남은 11위로 바닥을 기고 있을 때였다. 선두 포항과 승점차가 무려 13점이었다.
↑ 최강희 전북 감독(왼쪽)이 22일 FA컵 준결승 성남전에서 승부차기 실축을 한 이승기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최강희 감독이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 정도로 전북은 FA컵과 악연이었다. 냉정히 말하면 승부차기와 악연이다. 2005년 최강희 감독 부임 이래 FA컵에서 5번의 승부차기를 했는데 결과는 1승 4패였다. 2005년 8강 수원전에서 이긴 이후 한 번도 웃지 못했다. 2006년, 2008년, 2013년, 2014년까지 4회 연속 승부차기 때문에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주요 순간마다 승부차기로 패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었다. 2011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알 사드(카타르)와 결승이 대표적이다. 전북에게 승부차기는 참 잔인했다. 그리고 지긋지긋하다. 승부차기를 하기 싫다는 최강희 감독의 솔직한 속내다.
최강희 감독은 FA컵과 인연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최강희 감독이 있기에 발판이 된 무대는 FA컵이었다. 취임 첫 해 FA컵 우승을 일궜고, 그래서 얻은 AFC 챔피언스리그 티켓으로 아시아 정복까지 이뤘다. ‘강희대제’라는 별명도 함께 생겼으며 이후 K리그 클래식 우승 2회 등 지도자로서 최고의 커리어를 만들었다.
최강희 감독의 FA컵 도전은 내년에도 계속된다. 2006년부터 올해까지 운은 전북의 편이 아니었다. 그러나 운은 돌고 도는 법이다. 그리고 징크스는 깨지는 법이다. 최강희 감독이 다시 FA컵 우승트로피를 든다면, 그 인연은 더욱 뜻 깊을 것이다. 더욱이 내년 우승 시 10년 만에 입맞춤이다.
※최강희 감독 취임 이후 전북의 FA컵 성적
2005년 우승 | 8강 수원전 승부차기 승리
2006년 16강 | 16강 인천전 승부차기 패배
2007년 16강
2008년 8강 | 8강 국민은행전 승부차기 패배
2009년 준결승
2010년 8강
2011년 16강
2013년 준우승 | 결승 포항전 승부차기 패배
2014년 준결승 | 준결승 성남전 승부차기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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