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창원) 서민교 기자] 이틀째 비로 취소된 창원 마산구장 더그아웃 뒤. LG 트윈스 토종 원투펀치 류제국(31)과 우규민(29)이 여유로운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지난 1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일주일째 원정 생활을 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가을비에 젖은 두 투수의 뒷담화. 살짝 들어보니 마운드 위 포커페이스는 이미 빗물에 흘려버렸다.
류제국은 지난 19일 마산 NC 다이노스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 선발 등판했고, 우규민은 이틀 연속 우천 연기로 코리 리오단 대신 22일 2차전 선발로 나선다.
↑ LG 트윈스 토종 원투펀치 류제국과 우규민의 하이파이브. 사진=MK스포츠 DB |
자연스레 넘어간 헤드샷 주제. 류제국은 “내가 맞힌 게 136㎞였는데 직구가 아니라 체인지업이라고 우겼으면 아마 욕을 엄청 먹었겠지?”라고 하자, 우규민이 “요즘은 중계로 다 잡혀서 안 돼. 120㎞ 직구 헤드샷도 퇴장인가?”라고 되물었다. 한국야구위원회의 헤드샷 퇴장 규정에 따르면 변화구가 아닌 직구일 때 적용된다.
류제국은 지난해 한솥밥을 먹었던 레다메스 리즈를 떠올렸다. 올 시즌부터 바뀐 헤드샷 퇴장 규정이 리즈 때문에 개설됐기 때문. 류제국은 1차전 이후 “리즈가 원망스럽다”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류제국은 “내가 타자였다면 리즈 등판 때 절대 타석에 들어가지 않을 거야. 특히 우타자라면”이라고 말했다. 이어 “160㎞ 공을 맞는다고 생각해 봐. 리즈가 나한테 한 말이 있는데 ‘난 우타자를 고의로 맞힌 적이 없다. 공이 손에서 빠져서 맞힌 것’이라고 하더라. 그게 더 무섭다”며 고개를 흔들었다.
이어 류제국이 “아마 모창민도 리즈 공이었다면 내 공처럼 살짝 피하지 않고 뒤로 멀리 날아갔을 거야”라고 하자, 우규민은 “내 공에 맞았으면 헬멧을 긁었을 걸?”이라며 머리를 긁는 시늉을 했다.
한참을 떠들던 류제국과 우규민은 공통된 상상을 하며 빙긋이 웃었다. ‘리즈가 올 시즌 LG에 있었다면’이라는 가정. 우규민이 “리즈가 있었다면 우린 정말 투수왕국이 됐을 거야”라고 하자, 류제국도 “160㎞를 던지는 외국인 투수가 있어야 돼. 리즈가 있었으면 장난 아니었겠지”라며 리즈와 함께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둘의 상상처럼 2015시즌에는 LG 유니폼을 다시 입고 강속구를 뿌려대는 리즈를 볼 수 있을까. 류제국과 우규민은 “그나저나 일주일 내내 원정에 있으면서 게임도 못하니 정말 할 게 없어 미치겠다”며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섰다.
↑ 올 시즌 개막전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LG 트윈스에 합류하지 못한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 사진=MK스포츠 DB |